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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버스터미널 사라지는 전남, 교통복지 확대해야

농촌지역의 버스터미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벌교 공용버스터미널은 이용객 감소와 경영난으로 2023년 6월 말 민간 운영이 중단됐다. 하루 이용객은 2009년 700여 명에서 2023년 100명 안팎으로 줄었다.

버스터미널 사라지는 전남, 교통복지 확대해야

버스터미널 사라지는 전남, 교통복지 확대해야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6년 09월 21일(월) 22:00

농촌지역의 버스터미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벌교 공용버스터미널은 이용객 감소와 경영난으로 2023년 6월 말 민간 운영이 중단됐다. 하루 이용객은 2009년 700여 명에서 2023년 100명 안팎으로 줄었다. 다행히 보성군이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이동수단은 유지되고 있다.

벌교만의 일이 아니다. 광양·곡성·석곡·고흥·녹동·영암·신북 등지에서도 민간사업자가 터미널 운영을 포기하거나 폐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시설을 임차해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민간사업자의 폐업이 시장의 논리라면, 주민의 이동수단을 유지하는 것은 복지의 논리다.

터미널의 위기는 버스교통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인구감소와 승용차 이용 증가로 버스 이용객이 줄고, 이는 노선과 운행횟수 감축으로 이어진다. 서비스가 불편해지면 이용객은 다시 감소한다. 터미널 폐업은 이러한 악순환이 교통거점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전남의 승용차 의존도는 매우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DB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전체 통행에서 승용차가 48.8%로 가장 높고, 도보가 33.6%를 차지한다. 반면 버스는 6.0%, 철도·도시철도는 0.2%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촌 버스의 가치를 이용객 수나 수익성만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버스 감축은 불편의 문제지만, 자동차가 없는 주민에게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병원과 시장을 이용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려면 최소한의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어촌교통은 교통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용객이 한두 명인 마을까지 대형버스를 계속 운행할 필요는 없다. 저수요 지역에서는 천원택시나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을 활용해 마을과 생활거점, 간선버스 정류장을 연결할 수 있다. DRT는 교통약자 이동차량처럼 유·무선으로 부르거나 예약하고 동일 방향일 경우 승합해서 이동하는 수단이다. 노선은 줄일 수 있어도 주민의 이동기회까지 줄여서는 안 된다.

DRT가 농어촌버스를 모두 대신할 수도 없다. DRT가 저밀도 지역의 수요를 ‘모으는 교통’이라면 농어촌버스는 생활거점을 ‘연결하는 교통’이어야 한다. 지선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간선은 운행빈도와 정시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군단위 생활권에서는 천원택시, DRT 및 농어촌버스, 광역생활권 내의 거점 간에는 광역급행버스 또는 광역철도, 광역생활권 간에는 시외버스와 철도가 기능을 분담하는 구조다. 교통수단은 달라도 주민에게는 하나의 교통망으로 작동해야 한다. 환승이 불가피하다면 시간표와 정류장, 요금체계를 연계해 부담을 줄여야 한다.

터미널의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터미널을 현재 규모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터미널은 교통거점으로 유지하고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곳은 소규모 환승정류소로 재편할 수 있다. 시설을 줄이더라도 대기공간과 화장실, 교통정보와 환승기능은 유지해야 한다. 보존해야 할 것은 터미널이라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지역교통거점의 기능이다.

정책의 순서도 바뀌어야 한다. 어느 터미널을 살릴 것인가부터 정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실제 통행을 파악하고 생활권을 설정한 뒤 교통망과 수단, 거점을 배치해야 한다. 행정구역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교통망을 설계해야 한다. 현행 노선별 민간 면허사업자와의 노선 조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정부 간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국가는 필수교통의 기준과 제도를 마련하고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생활권 교통망을 계획·조정하고, 시·군은 농어촌버스와 DRT, 천원택시 등 교통복지를 집행해야 한다. 비용을 재정력이 취약한 시·군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특별시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느 터미널을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승용차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지역교통망을 어떻게 만들고 주민의 이동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수익성이 떨어진 터미널의 폐업은 시장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의 이동까지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시장이 멈춘 곳에서 주민의 이동을 이어주는 것, 그것이 인구감소 시대 농어촌 교통복지의 역할이다.

/노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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