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미국 공군 기지에서 장병 150여 명이 독감에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 장병 대상 독감 백신 접종 의무화를 폐지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랙랜드 공군기지에서 최근 3주 동안 150명 이상의 장병이 독감에 감염됐다.
미 공군은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제37훈련비행단 소속 장병들 사이에서 독감이 확산돼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비행단은 매년 약 3만6000명의 신병이 훈련을 받는 미 공군 최대 규모의 신병 교육시설 중 하나다.
이번 집단 감염 과정에서는 사망자도 발생했다. 지난 12일 이 기지에서 훈련을 받던 키언 맥대니얼 훈련병이 갑작스럽게 건강 이상을 호소한 뒤 숨졌다. 군 당국은 사망 사건과 독감 유행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독감 백신 접종 의무화를 폐지한 직후 발생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장병 대상) 독감 백신 의무 접종을 폐지한다. 이 조치는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함께 공개한 영상에서 독감 백신 의무 접종을 “전투 능력을 약화하기만 하는 터무니없고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우리 군에 자유와 힘을 되찾아주기 위한 것”이라며 “당신의 몸과 믿음, 신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경험이 있는 제이슨 크로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WP에 “백신은 장병을 보호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헤그세스 장관의 결정은 무분별하며 군의 준비 태세를 위험으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크리스 미킨스 전 공중보건 당국자도 “하룻밤 사이에 군 내 건강 위기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은 독감 확진 사례, 더 많은 복무일 감소, 입원 비용과 준비 태세 손실 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의무화 폐지를 강행했다. 이후 실제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국방부는 일부 입장을 수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육군과 해군, 공군, 국가안보국(NSA) 등은 특정 상황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다시 허용했다. 공군은 해당 규정을 적용해 랙랜드 기지 신병들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독감 백신 접종을 처음 의무화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으로 미군 2만6000여 명이 사망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독감 백신 의무화는 1949년 잠시 중단됐다가 1950년대 다시 도입됐으며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