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지난 2월 국제 거래에서 약 35조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흑자를 냈다. 상품수지가 사상 최대 폭으로 늘면서 월간 경상수지도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평택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연합뉴스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지난 2월 국제 거래에서 약 35조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흑자를 냈다. 상품수지가 사상 최대 폭으로 늘면서 월간 경상수지도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231억9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원화로는 약 34조7천억 원 규모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경상수지는 34개월 연속 흑자 흐름도 이어갔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올해 1~2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364억5천만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99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3.7배 수준이다.
경상수지 개선은 상품수지가 이끌었다. 2월 상품수지 흑자는 233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89억8천만달러보다 2.6배 커졌다. 이 역시 월간 기준 가장 큰 흑자 규모다.
수출은 703억7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29.9% 증가했다. 설 연휴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품목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유성욱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2월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웃돌았다"며 "조업일수가 3일 줄었음에도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관 기준 품목별 수출을 보면 컴퓨터주변기기가 183.6% 늘었고, 반도체는 157.9%, 무선통신기기는 23.0% 증가했다. 반면 승용차는 22.9% 줄었고, 기계류·정밀기기는 13.5%, 화학공업제품은 7.4%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수출이 54.6% 늘었고 중국은 34.1%, 미국은 28.5% 증가했다.
수입은 470억달러로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석유제품은 21.0%, 원유는 11.4%, 화학공업제품은 5.7% 각각 줄면서 원자재 수입은 2.0%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 영향이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해석했다.
반면 자본재 수입은 정보통신기기 53.8%, 반도체제조장비 34.2%, 반도체 19.1% 증가에 힘입어 16.7% 늘었다. 소비재 수입도 금 46.2%, 승용차 58.6% 증가를 중심으로 13.6% 확대됐다.
서비스수지는 18억6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 33억8천만달러 적자, 전월 38억달러 적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은 줄었다. 이 가운데 여행수지는 12억6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가 지나면서 출국자 수가 감소한 영향이 반영됐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24억8천만달러로, 1월 27억2천만달러보다 축소됐다. 해외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줄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도 23억달러에서 19억8천만달러로 감소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2월 중 228억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8억1천만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도 9억4천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86억4천만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19억4천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132억7천만달러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3월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유 부장은 "3월에도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 만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월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전쟁 영향과 관련해 "3월 에너지류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중동산 원유 수입 상당수가 전쟁 이전 계약 물량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50% 증가한 효과도 있었다"며 "다만 4월 이후에는 국제 유가 상승분이 수입에 반영될 수 있어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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