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단 되자 무너진 ‘8조원 공식’…5조원 누가 메우나
개발이익으로 이전비 충당 계획…국가산단 땐 종전부지 가치 70% 감소
국방부 ‘기부대양여+국비 보완·선양여 특례’ 국회에 법률 개정 요구
2026년 09월 17일(목) 19:35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과 인근 광산구 신야촌 마을 일대. <광주일보 자료사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으로 광주 군공항 이전을 떠받쳐 온 ‘기부대양여’ 재원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사업방식을 국가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기보다 기부대양여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사업비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새 군공항이 완공되기 전에 광주 종전부지를 먼저 넘겨주는 ‘선양여’ 특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부대양여는 전남광주시가 무안에 새 군공항을 지어 국방부에 기부하고, 국방부로부터 광주 군공항 부지를 넘겨받아 개발한 수익으로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당초 국회와 국방부의 검토 단계에서는 무안 새 군공항 건립비가 8조4000억원, 광주 종전부지 개발이익은 8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계산대로라면 3000여억원이 남아 이를 무안지역 지원에 활용할 수 있었다.
현재 공개된 무안 지원금 1조원 조달안은 기부대양여 사업 차액 6400억원과 통합 전 광주시 부담 1500억원, 국비 21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 전체 사업수지에서 계산한 3000억원과 무안 지원계획에 반영된 6400억원은 산정 시점과 용도가 다른 만큼 구분해야 한다.
재원 공식이 흔들린 것은 광주 군공항 부지의 개발 방향이 주거·상업용지에서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거·상업시설은 토지를 높은 가격에 매각해 개발이익을 낼 수 있지만 산업용지는 기업 유치를 위해 공급가격을 낮춰야 한다. 기반시설 설치비까지 고려하면 종전부지에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
국방부는 국가산단 전환으로 종전부지의 미래가치가 최대 70% 감소할 경우 기부대양여 수지에 3조~5조7000억원의 부족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지 매입가격과 산업용지 공급가, 산단 조성원가가 확정되기 전 추산치다.
현행 광주 군공항 특별법에도 새 군공항 건설비가 종전부지 가치보다 많으면 국가가 예산 범위에서 사업시행자를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어서 정부의 의무적인 재정 투입 규모나 국비·지방비 분담 비율은 정해져 있지 않다.
국방부가 요구한 방안은 기부대양여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국가가 사업비 일부를 직접 보전하도록 법률을 고치는 것이다.
반도체 산단 조성에 필요한 구역은 새 군공항 완공 전이라도 특별시에 먼저 넘겨 산단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선양여 근거도 마련한다.
사업 전체를 국가 직접 시행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는 것이 국방부 판단이다.
국가사업으로 전환하려면 현행 군공항 이전법과 광주 군공항 특별법을 전면 손질하고 별도 특별회계를 설치해야 한다. 국방부 전담조직 확대와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도 필요해 오히려 준비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기부대양여 방식 유지,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입, 종전부지 선양여 특례, 행정절차 단축을 위한 법률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회나 특별시가 내놓은 제안이 아니라 국방부가 군공항 이전과 반도체 산단 조성을 병행하기 위해 제시한 실행 조건이다.
전남광주시는 국가가 반도체 산단 입지와 개발방식을 결정한 만큼 종전부지 가치 하락에 따른 부족분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비율은 정하지 못했다.
기부대양여 재원 구조가 확정되지 않으면 무안 지원계획과 주민투표뿐 아니라 광주 반도체 산단의 선착공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기업 투자 일정을 앞당기려면 국가산단 전환으로 생긴 수조원대 부족분의 부담 주체와 선양여 근거를 정기국회 법 개정 과정에서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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