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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종면칼럼] 대한민국 흔드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성과급

이제 성과급은 단순한 격려금이 아니라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안겨준 일종의 '횡재성 소득', 즉 윈드폴(windfall) 성격의 또 다른 소득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가 더 큽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증권사 영업이익...

[박종면칼럼] 대한민국 흔드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성과급

반도체 초과이익에 1인당 성과급만 5억~8억원

입시·부동산·세수까지 번지는 '새 질서'의 충격

영업익 10%이상 요구 확산…현대차 무려 30%

더 많이 주는 것보다 투명·지속가능 기준 중요

요즘 직장인들이 모이기만 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과 성과급 이야기를 합니다. 규모가 전례 없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기업 역사상 처음 보는 천문학적 숫자이고, 두 회사 임직원들은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섰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냈는데,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이익에 육박하는 40조원 이상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올해 2월 지급한 PS(초과이익분배금) 지급률을 기본급의 2964%로 정했습니다. 그 결과 연봉 1억원인 직원이 대략 1억500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이제 성과급은 단순한 격려금이 아니라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안겨준 일종의 '횡재성 소득', 즉 윈드폴(windfall) 성격의 또 다른 소득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가 더 큽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증권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보수적으로 봐도 297조5000억원, 내년은 360조원대로 제시됩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94조원대, 내년 235조원 수준입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올해는 500조원, 내년은 600조원의 이익이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성과급 규모도 한국 사회의 기존 감각을 벗어납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쓰고 상한도 없앴습니다. 현재의 영업이익 예상 컨센서스를 그대로 대입하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인당 평균 PS는 올해 5억6000만원대, 내년 6억8000만원대가 됩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의 낙관적 전망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성과급이 10억원을 훨씬 넘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새 제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 계산으로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이 올해 6억2000만원대, 내년 8억3000만원대입니다. 회사 역시 메모리 사업부에 대해서는 경쟁사보다 더 보상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성과급이 '윈드폴'…임원들은 '슈퍼리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임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2~3년만 더 다니면 전례 없는 거액의 성과 보상으로 은퇴 후 '슈퍼리치'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연간으로 올 1분기 정도의 이익을 냈던 지난해만 해도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42억3900만원,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은 56억6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상여금 증가와 주식 보상, 장기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면 이른바 C 레벨 경영자들은 수백억대의 보상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이들은 일반적 의미의 고소득층을 넘어 사실상 슈퍼리치의 반열에 오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거액 성과급은 이제 그 여파가 회사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취업시장과 대학 입시가 먼저 반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계약학과 경쟁률이 크게 높아지고,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 열기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성과급이 대학 전공 선택과 첫 직장 선택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좋은 회사'의 기준도 바뀌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월급과 복지가 아니라, 몇 년 안에 수십억원대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직장이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사를 꿈꾸는 청년들은 경제적 자립을 빨리 이루고 가능한 한 이른 나이에 은퇴하거나, 일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이른바 '파이어족'을 꿈꾸게 됩니다.

당연히 부동산과 소비시장도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의 평균 PS가 5억~7억원대, 삼성전자도 노조 요구대로 6억~8억원대가 되면 이들 가구의 연간 현금흐름은 과거와 전혀 다른 수준이 됩니다. 그것도 자산소득이 아니라 근로소득입니다. 그래서 "보너스로 집을 산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됩니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은 '강남 입성'을 꿈꿀 것입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사측은 노사협상 과정에서 연리 1.5%의 초저금리에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1인당 최대 5억원까지 주거안정 자금 지원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것만 실행돼도 부동산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고액의 성과급과 거액의 주거안정자금 지원이 행여나 안정돼 가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들쑤실까 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쨌든 같은 시기, 같은 업종, 같은 지역에서 이런 고액 현금흐름이 집단적으로 생기면 주택시장과 교육·의료·여가 소비가 반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거액 성과급·주거지원금 부동산 들쑤셔

세금과 재정에도 영향이 큽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500조원, 내년 600조원에 이르고, 두 회사가 그중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파장은 기업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성과급을 비용으로 반영한 뒤에도 두 회사가 내는 법인세는 올해 119조원, 내년 1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 각각 50조원, 60조원의 성과급에 붙는 근로소득세도 각각 25조원, 3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합치면 올해 140조원대, 내년은 170조원 수준이 됩니다. 반도체 호황이 기업 보상뿐 아니라 국가 세수와 재정 운용까지 흔드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돈 쓸 곳이 많은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문제는 이런 세금 증가를 구조적이고 항구적인 재원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법인세와 근로소득세가 한꺼번에 급증하면 정부로서는 지출을 늘리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메모리 호황은 길어질 수는 있어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일시적 호황이 만든 세수를 상시 재원처럼 쓰기 시작하면 업황이 꺾일 때 그 부담은 결국 재정 전체로 돌아가게 됩니다. 기업의 성과급도 그렇지만 정부 재정도 호황기의 분위기에 취해서는 안 됩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 기준이 다른 기업으로 번지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 성과급 룰'을 만들자 삼성전자 사측은 10% 이상을 제안했고, 노조는 15%를 요구했습니다.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3년간 무배당'을 선언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노조가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서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노조의 요구 수준(영업이익의 10~15%)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이런 흐름이 굳어지면 플랫폼, 금융, 방산처럼 실적이 좋은 기업마다 "우리도 이익의 몇 %를 달라"는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초호황 기업은 버틸 수 있겠지만 절대 다수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그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양극화 우려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소수 초호황 기업의 기준이 노동시장 전체의 기대 수준을 끌어올릴수록 절대다수 기업 종사자의 상대적 박탈감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봉도 아닌 성과급이 다른 기업 연봉의 10년치, 20년치라면 체감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은 통계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우리 사회를 뒤흔들 것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천문학적 성과급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5%→20%→30%…확산되는 성과급 요구

물론 고성과급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 전쟁에서 보상은 복지가 아니라 인재를 붙잡는 수단입니다. 인재를 놓치면 기술도, 점유율도, 다음 사이클도 놓치게 됩니다. 다만 아무렇게나 주어서는 안 됩니다. 삼성전자 같은 종합 기술기업에서 성과급은 늘 연구개발, 설비투자, 주주환원, 미래 사업 투자와 같은 주머니에서 나갑니다. SK하이닉스도 이미 일부를 이연 지급하는 장치를 둔 이유가 있습니다. 한 해 실적이 너무 좋다고 해서 그 과실을 한꺼번에 다 풀어버리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성과 SK의 성과 보상은 더 치밀하고 더 미래지향적이어야 합니다. 1년 영업이익만 볼 것이 아니라 몇 년 평균을 함께 보고,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필요한 최소 몫은 먼저 떼어놓고, 일부는 현금보다 주식이나 이연지급으로 묶어 장기 성과와 연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종합 기술기업에 맞는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하이닉스는 강한 보상 체계 위에 지속가능한 안전장치를 더 촘촘히 달아야 합니다. 한 번에 많이 주는 것보다 오래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과급이 아닙니다. 더 나은 기준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결국 한국 사회가 초과이익을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그 답을 잘못 내리면 거액의 성과급은 일시적으로는 축복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액수보다 기준과 원칙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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