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카르텔 해체 등 지배구조 개혁이 첫 단추
해킹·은폐 후폭풍...보안 시스템 전면 재설계 직면
낙하산 인사 청산...논란의 조직문화 수술 필요
잃어버린 경쟁력...통신·AI 전략 재정비 시급
KT가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윤영 신임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한다.
해킹 사고와 은폐 논란, 낙하산 인사, 이사회 카르텔 등 각종 논란이 누적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박윤영 대표의 첫 과제는 무너진 신뢰 회복이다. '국민기업'으로 불리던 KT의 이미지는 이미 바닥을 찍었고 정상화를 향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향후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박윤영 KT 신임 대표이사. [사진=KT 제공]
30일 이동통신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박윤영 대표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영섭 전 사장 체제 아래서 드러난 경영 리스크는 단순 실무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 붕괴 수준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안 사고가 연이어 터졌고, 내부 은폐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통신 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신뢰는 치명타를 입었다.
여기에 검찰·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 강압적인 구조조정, 직원 괴롭힘과 노사야합의 관행 등은 KT 내부의 건강한 문화를 갉아먹었다는 평가다. 새 사령탑이 취임 첫날부터 마주하게 될 것은 ‘제도로 굳어진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이사회 지배구조의 전면 개편이 꼽힌다. 그동안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간 셀프 연임과 무자격 인사, 인사청탁 의혹 등으로 ‘감시의 기능’을 스스로 잃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상 내부 인맥으로 얽힌 폐쇄적 카르텔 구조 속에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다시 사외이사를 뽑는 비정상적 순환이 반복됐다. 이사회가 바로서지 않으면, 경영 투명성은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에게 요구되는 첫 ‘정상화 수술’은 여기서 시작된다. 감사위원회에 시민사회나 노동계 인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포함시키는 제도적 장치, 이추위의 이해충돌 방지 구조 마련 등 강도 높은 거버넌스 개혁이 불가피하다. 단순한 인사교체로는 구조적 부패를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사회 개혁은 KT가 다시 공공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제기된다.
다음으로 해킹·은폐 사태 수습과 보안 체계의 재정립이다. KT를 향해 쏟아진 비판은 단순 ‘정보 유출’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국가 기간통신사로서 최소한의 내부 통제조차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대규모 가입자 이탈과 과징금 부과가 이어지며 기업 가치도 내려갔다.
이는 박 대표가 보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덧대기식 대응이 아닌 설계부터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시에 해킹을 은폐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은 전임 경영진과 관련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대법원이 ‘KT 쪼개기’ 후원 사태에서 전임 경영진의 주주 손해 책임을 인정한 만큼, 이번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서울 광화문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KT 내부의 인적 청산과 조직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섭 체제에서 내려온 검찰·정치권 낙하산 인사와 불투명한 계약 관행은 이미 조직 내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평가다.
내부 혁신위원회뿐 아니라 외부 독립기관을 통한 조사로 적폐 구조를 해부하고, 확인된 책임자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동시에 ‘노사야합’이라는 거래 관행 역시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자의 권리를 교환 수단으로 삼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문화적 혁신은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KT의 ‘미래’도 박 대표가 해결해야 숙제다. 해킹 사태 여파로 통신 경쟁력은 추락했고, 핵심 사업에서도 방향을 잃었다. 특히 AI 전략은 ‘비전 없는 구호’로 끝났다는 내부 평가가 지배적이다.
KT가 과거 ‘AI 컴퍼니’를 내세웠지만, 통신 본업과 AI 사업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산하 조직의 파편화만 초래했다. 이에 대한 대대적 재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그룹 차원의 통합 AI 전략과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통신·IT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게 관건이다.
박윤영 대표의 등판은 KT가 다시 ‘공기업형 사기업’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평가된다. 제도와 시스템을 살려내지 못하면, 인물 교체는 또 한 번의 시간 낭비로 끝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KT의 정상화는 단순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신뢰 회복의 문제"라며 "박윤영호(號)가 그 첫 장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 모든 시선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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