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지난주 월스트리트가 한 기업의 상장 소식으로 들썩였다. AI 추론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세레브라스(Cerebras)가 IPO 공모가를 연거푸 올렸기 때문이다. 처음 제시한 가격에서 두 차례 상향 조정됐고, 청약 수요는 공모 물량을 훌쩍 넘어섰다. 최종 기업가치는 564억 달러에 달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68% 급등했다. 지난해 9월 81억 달러로 평가받던 회사가 8개월 만에 공모가 기준 7배 가까이 몸값이 뛴 것이다. 혹자는 AI 버블의 한 장면이라 하겠지만, AI 반도체 생태계 최전선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시장이 AI의 다음 단계를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로 읽힌다.
미 AI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
몸값 564억 달러에 주가 급등
전력 효율이 AI칩 핵심 경쟁력
정부, 판 여는 최초의 고객 돼야
지난 14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AI반도체 회사 세레브라스의 나스닥 상장을 알리는 내용이 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 ‘다음 단계’는 바로 ‘에이전틱 AI(Agentic AI)’다. 지금까지 AI 서비스는 ‘질문에 답하는 기계’로, 사람이 물으면 AI가 답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에이전틱 AI는 다르다. 목표를 던져주면 스스로 계획을 짜고 필요한 도구를 호출해 판단하고 작업을 완수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는 이미 산업 현장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코딩 에이전트는 이제 개발자의 필수품이 되어 쉴 새 없이 코드를 작성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올해 초 실적 발표에서 “에이전틱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마케팅 발언을 넘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 것이었다.
수만 개 토큰 소비하는 에이전트 AI
세레브라스가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챗봇이 질문 하나에 수백 개의 토큰을 소비한다면, 에이전트는 하나의 업무를 완수하는 동안 수만 개의 토큰을 쉬지 않고 태운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니 멈추지도 않는다. 이 반복의 속도가 느리면 전체 작업에 병목이 발생한다. 세레브라스가 오픈AI와 대규모 추론 인프라를 구축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이 병목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오픈AI는 이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워크로드마다 최적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작업 방식이 새로운 인프라 설계를 요구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나의 범용 칩이 모든 것을 담당하던 시대는 저물고, 워크로드에 특화된 설계가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레브라스의 IPO 흥행은 그 전환을 자본시장이 읽기 시작했다는 단적인 사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