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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명호 칼럼] 국힘, 허물 벗지 못한 뱀은 죽는다

허물을 벗지 못한 뱀은 죽는다. 탈피는 물론 고통스럽지만 생존과 진전의 필수 조건이다. 2026년 오늘의 대한민국 보수 정치와 국민의힘이 마주한 현실이다.

[박명호 칼럼] 국힘, 허물 벗지 못한 뱀은 죽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허물을 벗지 못한 뱀은 죽는다. 탈피는 물론 고통스럽지만 생존과 진전의 필수 조건이다. 2026년 오늘의 대한민국 보수 정치와 국민의힘이 마주한 현실이다.

왜? 리더십의 핵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통합의 구심점이자 시대정신과 과제의 구현 그리고 미래 준비 시스템 설계의 정치 리더십’이다. 세 가지 기능이 어우러져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리더십은 공동체를 이끄는 종합예술로서 실질적 힘을 갖는다.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조직은 표류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어제 어디서 왔는지’를 두고 논란을 이어간다. ‘내일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며 계엄 찬반의 진흙탕을 헤맨다. 과거에 닻을 내리고 표류하는 셈이다.

시대의 문맥을 읽지 못하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 방향을 설계하지 못하는 정당은 자연스럽게(?) 정체성 공백 상태에 빠진다. “국민의힘이 무엇을 지향하는 정당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은 단순한 정치적 비판이 아니다.

‘정체성 부재’와 ‘정체성 혼란’의 국민의힘이다. ‘윤 어게인’과 ‘완전한 쇄신’ 사이에서 당이 표류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의 파편들이 충돌하며 누구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태가 혼란이다. 결과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정치 리더십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비전 자체가 없는 정체성 공백 상태다.

현재 국민의힘은 리더십 진공 상태다. 통합의 구심점 역할은 언감생심 기대하기 어렵다. 통합의 구심점으로서의 리더십은 공동체의 가치와 규범 그리고 역사를 설득력 있게 재해석하고 새로운 ‘우리-됨’(we-ness)을 구성해 내는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통합의 구심점으로서의 리더십이 작동하지 못하면 정체성 혼란과 공백 상태가 되면서 내부 균열로 혼란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상황은 더 악화된다. 정체성 부재와 혼란은 증상이고 통합의 리더십 부재는 그 원인이자 결과다. 국민의힘이 무엇을 믿는지, 누구의 편인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는지, 이 물음에 명확히 답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은 물론 보수 진영에서 들리지 않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합의 구심점은 성공하는 리더십의 필요 조건이다. 시대 정신을 읽고 미래 준비의 시스템 설계를 주도하는 리더십으로 나아가는 게 리더십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디지털-AI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위기로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든다.

이러한 초복잡 환경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은 슬로건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전제로 ‘무엇을 실험하고 허용하며 제약할지를 설계하는 역량’이다. 바로 ‘상호작용의 설계자’로서의 리더십이다.

나침반을 잃어버린 배가 새 항로를 찾으려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를 설계해야 한다. 과거의 항해 일지를 뒤적이는 것이 아니라 새 나침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봄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리더십 연구는 오랫동안 ‘좋은 리더’를 찾는 작업이었다. 개인의 ‘훌륭한 성품, 카리스마, 결단력’ 등이 초점이었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었다. 리더십은 (개인의 덕목이면서도 동시에) 공동체의 맥락 속에서 발현되는 역동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맥락적 리더십’(contextual leadership)은 리더십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수준에서 작동하여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를 설명하는 통합적 시각이다. 복잡성 이론, 사회정체성 이론, 집합적 리더십 그리고 디지털 리더십 등이 대표적 시도로, 기존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맥락 결핍’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집합적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 즉 분산되고 다단계적인 리더십의 설계가 복잡한 조직에서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보수 플랫폼의 재구성은 한 명의 카리스마적 리더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행위자가 자율적으로 적응하고 혁신하는 구조적 설계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분산된 리더십과 공유된 가치 그리고 미래를 향한 집합적 상상력 등이 새로운 보수 플랫폼의 구성이어야 한다. ‘오세훈과 한동훈 그리고 주호영’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보수의 재구성을 향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이다. 낡은 구조를 허물고 새 구조를 세우는 과정이다. ‘무너지려면 완전히 무너져야 새로 시작한다’는 게 혁신과 쇄신의 진리다. 적당한 봉합은 오히려 변화를 가로 막는다. 보수 재구성의 역설이다.

새로 태어나는 수준의 쇄신만이 살길이라는 말은 인적 교체나 당명 교체를 넘어선다. 공동체의 가치를 재번역하고 시대의 과제를 새롭게 정의하며 미래를 향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총체적 전환을 의미한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 정치에 요구되는 것은 탈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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