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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래군의 인권과 삶]왜 노동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에서 예외인가

“대체 불가 대한민국”, 참으로 가슴 벅찬 비전이다. “초격차 산업 강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래군의 인권과 삶]왜 노동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에서 예외인가

“대체 불가 대한민국”, 참으로 가슴 벅찬 비전이다. “초격차 산업 강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비전을 밝히면서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합의한 규범과 규칙이 확실히 지켜지는 정상 사회” “국민 모두의 생명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약속도 했다. 그런데 그 뒤에 나타나는 정책들은 과연 그런가 하고 의심을 갖게 만든다. 초격차 산업 강국은 될지 몰라도 양극화를 넘어 ‘초격차 양극화 굳히기’로 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여러 현상들을 이미 우리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들이 있겠지만, 메가특구특별법의 제정 과정과 노란봉투법 시행지침 등에서 왜 노동권 후퇴를 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 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25년 2월10일 국회에서 한 연설이다. 소년공 출신 정치인 이재명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나는 그의 성장 과정과 이런 말을 믿으며 이번에는 다르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동 문제를 둘러싼 이 대통령의 발언들은 불길하기만 하다.

메가특구 급하다고 노동권 후퇴?

연구·개발 분야에서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제외한다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매주 4일은 10시간씩 노동을 하고, 그중 하루는 12시간을 일해야 하는 시간이 52시간이다. 이보다 더 많은 노동시간이 필요하다니. 올해 초에 국회에서 통과된 반도체특별법에서도 노동시간 규제 완화는 제외되었는데, 이를 메가특구특별법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거나 파견업종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이전의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시도하다가 실패했던 일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합의한 “규범과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메가특구가 급하다고 해서 노동권을 후퇴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대통령의 태도에도 의문이 든다. 지난해 노란봉투법 공포를 위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유독 노동계에 자제를 주문했다. 노동조합이 노란봉투법을 이용해 무분별한 파업에 나설 것을 우려한 것일까. 그동안 문제는 노동조합에 있었다기보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도 교섭에는 응하지 않으려 했던 원청에 있었다. 그래서 노란봉투법에서 사용자 범위를 수정했던 것 아닌가.

지난 10일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원·하청 교섭 타결” 보도자료를 냈다. “3월10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하청 노사가 교섭을 통해 타결한 첫 사례”라고 성과를 알렸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원청을 상대로 교섭권과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교섭을 신청한 지 6개월이 되도록 교섭 사실이 공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힘없는 노동자들이 교섭이라도 할 수 있게 하고, 합법적인 쟁의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방향이었고, 노동조합과 조합원에게 가해지던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노조법 개정을 이룬 것이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에 대한 노동부의 행정지침은 오히려 법 개정 취지와 반대로 교섭권과 행동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란봉투법 교섭·행동권도 제한

소년공 출신 대통령, 기관사에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부 장관이 있는 정부라면 왜 ‘대체 불가의 노동존중 대한민국’은 만들지 못할까? 앞의 연설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은 그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했다. 아무리 메가특구가 중요하고, 전격적으로 추진할 일이라고 해도 기본권을 후퇴시키는 예외를 만들면 안 된다. 한 번의 예외는 권리의 후퇴로 굳어진다. 인정투쟁 이론으로 유명한 악셀 호네트는 <노동하는 주권자>에서 “거의 모든 민주주의 이론은 커다란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이 이론이 소리 높여 외쳤던 주권자들 대부분이 항상 노동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거듭해서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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