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건전성 정책’ 추진에 만전을 기하고 소비자 보호 장치에도 소홀함 없어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모 대출(Private Credit)’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권 역시 상당 규모의 해외 사모 대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인 투자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보험사와 연기금 등을 통한 간접 노출까지 고려하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Risk)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 고금리 등의 여파로 ‘사모 대출’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사모 신용 위험을 경고한 데 이어 국내 금융사들도 ‘사모 대출’ 펀드의 부실과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15일 발표한 ‘금융 안정 리포트’에서 금융 시장 리스크를 키우는 6가지 요인 중 하나로 ‘사모 대출’을 꼽았다. IMF는 중동 사태 이후에 차주 기업이 이자를 현금으로 상환하지 못할 경우 해당 이자를 원금에 합산해 만기에 일괄 상환하는 ‘PIK(Payment-in-Kind)’를 통해 연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들이 실제 지급 불이행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AI 거품론’과 관련해서도, 시장에서 조정이 발생하면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AI 기업을 대상으로 대거 내준 사모 대출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 대출’은 은행이나 공모 채권 시장이 아니라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비공개 대출로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확한 투자액은 물론 운영 실태와 부실 정도 등을 거의 알 수 없어 대표적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 금융연구소’ 심재찬·한준희 책임연구원과 황석규 연구위원은 지난 4월 20일 ‘사모 신용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진은 작년 말부터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사모 대출 펀드 환매 제한을 걸면서 신용 리스크가 커졌지만, 지난달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 의장이 “(단기적) 시장 조정으로 보고 있으며, 광범위한 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발언한 후 위기감이 다소 진정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리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사모 대출은 대부분 일정 주기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를 채택한다. 전쟁으로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오를수록 ‘사모 대출이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사모 대출) 차입 비용은 지난 2021년 대비 55%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사모 대출’ 부실 우려는 당연히 커진다. 특히 ‘사모 대출’은 이자를 못 갚으면 원금에 합산해 만기에 일괄 상환하는 ‘PIK’ 구조인 경우가 많다. 이자도 못 갚는 대출 실행 기관들이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다가 만기에 일시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진은 작년 말 ‘사모 대출의 19%를 차지했던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가 최근 인공지능(AI) 공습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담보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은행 대출과 사모 대출을 동시에 받은 기업이 양쪽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받게 되면서, 리스크가 은행권으로까지 번질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사모 대출 기업 부실이 펀드 환매 요구로 이어지고, 은행은 기업에 추가 담보를 요구하게 되고, 결국 펀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신용 시장 전반의 연쇄 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했다. 전 세계 ‘사모 대출’ 시장은 규제 사각지대의 틈새를 파고들어 폭발적으로 커졌다. IMF는 ‘사모 대출’ 규모가 지난 10년간 4배가량 늘어 약 2조 1.500억 달러(약 3,2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개 증권사들이 해외 ‘사모 대출’ 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17조 원으로 1년 새 23% 늘었다. 보험사와 은행·국민연금 등 여타 금융사와 기관의 익스포저(Exposure)까지 합하면 60조 원을 웃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해외에서 환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미국의 ‘사모 대출’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금액이 무려 30조 원을 넘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사모 대출 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는 ‘펀드런(Fund Run │ 대규모 환매)’ 실태 조사에 돌입했다.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 부실과 자금 이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욕 월가(Wall 街)에선 크레디트 전반으로의 위험 전이를 우려한다. 금융권 크레디트 크런치(신용 경색)로 이어질 수 있단 판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6년 크레디트 시장을 전망하며 ‘테일 리스크(Tail risk·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파괴력이 큰 위험)’ 시나리오로 ‘사모 대출 스트레스의 전염(Stress in private Credit generate contagion)’을 꼽았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몸집을 불린 ‘사모 대출’ 시장이 붕괴하는 경우 엮여 있는 모든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였다면, 아마 더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When you see one cockroach, there are probably more).”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마리 바퀴벌레만 있는 경우란 없다.”라는 수사학을 동원, 사모펀드 리스크를 제기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뉴욕 월가(Wall 街)의 ‘사모 대출’ 부실과 환매 요청을 ‘강 건너 불’로 가볍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우리 금융권과 개별 펀드들의 투자 내용과 운영 상황·부실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등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당장 큰 문제가 없다고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했다가는 개별 펀드 부실이 ‘시스템 위기’로 전이(轉移)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비은행과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포괄하는 ‘거시 건전성 기준’을 서둘러 마련하여 ‘거시 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 추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보호 장치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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