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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근종 칼럼]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 지정학적 전략경쟁과 경제적...

이제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비롯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상황에 따라 'It depends'와 'Case by case'의 다각적·다층적·다양한 안보 전략을 선제적·공격적으로 짜나가야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박근종 칼럼] 미·중 '투키디데스 함정', 지정학적 전략경쟁과 경제적...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도 유연한 선제적 대화를 해 나가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9년 가까이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Xi Jinping │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5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5분 동안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며, 두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이후 6개월 반만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통상·기술·안보 등 전방위 경쟁을 정리하는 ‘빅-딜(Big-deal)’도, 그렇다고 새롭게 충돌하는 분야도 없이 일단락됐다. 국제정세의 큰 흐름에 새로운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일말(一抹)의 기대도 있었지만, 대다수 전문가가 예상했던 대로 현상 유지 수준인 셈이다.

냉전 종식 이후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 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흔들리면서, 작금의 세계는 전쟁으로 얼룩지는 혼란의 시기를 지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두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져드는 유혹을 이겨내고, 국제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타협 과정에서 우리나라 같은 ‘끼인 국가’들의 국익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선 절대 안 된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발표문 없이 각자의 입장만 밝힐 뿐이었다. 미국 백악관은 회담 후 “양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면서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 개방 유지에 동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란 문제를 적시하지 않은 채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로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면 큰 틀에서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 차례 연기 끝에 성사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미·중 통상갈등, 대만 문제, 이란 전쟁 등 핵심 의제들이 논의 테이블에 올려져 세계의 이목(耳目)이 집중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담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TESLA)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Jensen Huang │ 黃仁勳)’ ‘엔비디아(NVIDIA)’ CEO, ‘팀 쿡(Tim Cook)’ ‘애플(Apple)’ CEO,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Black Rock)’ CEO 등 미국의 거물급 기업인 30여 명을 배석시킨 데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협력 의지가 크게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업인 30명에게 물었더니 모든 사람이 방중 동행을 승낙했다. 나는 2·3등을 원하지 않고 1등만 원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국은 무역 현안을 관리할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을 논의 중이다.

다만 두 정상은 민감한 사안에서 기(氣) 싸움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부딪치거나(碰撞) 심지어 충돌(衝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충돌’을 직접 경고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언급은 이례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과 충돌하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단어도 직접 거론했다. 기존 미국 중심의 일극이 아닌 미·중의 ‘양극(G2) 체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패권(覇權)의 공존(共存)’을 요구한 셈이다. 이날 두 정상이 과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톈탄(天壇 │ 천단) 공원’의 제단을 함께 오른 것 역시 중국 측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한 의전 이벤트나 다름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현재 100년 만의 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국제정세는 혼란과 변화가 뒤엉켜 있다.”라며 “중·미 양국이 과연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함께 전 지구적인 도전에 대응하여 세계에 더 많은 안정성을 불어넣을 수 있겠는가? 이것들은 역사적 질문이자, 대국 지도자들이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시대의 답안”이라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란 새로 부상하는 국가가 기존 지배국의 패권을 위협할 때 전쟁이 터지게 된다는 국제정치 용어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미·중 두 나라가 책임감을 갖고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미·중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에 대해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상향이행(相向而行)’이라고 설명하며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이고, 경쟁이 절제된 선의의 안정이자 이견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의 일상적 안정 및 평화를 기대할 수 있는 지속적 안정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중·미 정상회담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일단 두 강대국이 관세 인하·대만·반도체 등 핵심 현안에서 구체적인 합의는 크게 도출하지 못한 채 ‘관리된 안정(Managed Stability)’을 택한 것이라 평가된다. 우리나라에도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힐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패권 강화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경제·안보 상황에 가변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향후 국제정세의 변동성(Volatility)을 예의주시(銳意注視)하면서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경제·안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전략’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가다듬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던 전임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와 달리, 현실주의적인 대중관을 밝혀왔다. 앞서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 NSS) 등 전략 문서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무역 문제에선 양보하지 않겠지만, 두 대국 간의 관계 설정이라는 핵심적 전략 문제에 대해선 “미국 국민에게 유리하지만, 중국도 수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의 괜찮은 평화(Decent peace)가 가능”하다고 적었다. 앞으로도 많은 문제가 수시로 불거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미·중 관계의 불안정성은 상당 기간 일상화할 수밖에 없다. 중·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말 부산 정상회담 때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 뒤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해와 윈윈”이라고 하면서도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Fox News)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미국산 대두와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및 보잉737 항공기 200대 구매를 약속했다.”라고 공개했다. 일종의 ‘스몰-딜(Small-deal)’만은 이뤄진 셈이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중이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구축”해 가자는 데 합의했고, “양국 경제무역팀이 전날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적극적 성과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미·중 간 주요 현안에서 여러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했지만, 구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두 대국이 밀실에서 우리 운명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한층 불리한 처지에서 이번 회담에 임했다. 대(對)이란 전쟁 두 달 반이 되도록 종전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데다 무역 전쟁에서도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맞설 카드를 찾지 못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터에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수출 같은 성과가 무엇보다 아쉬웠을 것이다. 지정학적 전략경쟁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엮여 있는 미·중은 끊임없이 갈등(葛藤)하면서도 공존(共存)할 수밖에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두 정상은 올해 최소 세 차례는 더 만난다. 패권국과 도전국 간 아슬아슬한 공존이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전(面前)에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직접 거론한 점은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이는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국제정치 이론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불안함을 느낄 만큼 중국은 충분히 강해졌다.’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태 지역의 패권을 두고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눈앞에서 대만 등 ‘핵심 이익’에 관해서는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결기(決起)를 보인 대목은 결단코 예사롭게만 보이지는 않다.

한국에 있어서 미국은 하나뿐인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매우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다. 미·중 양국이 끝내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진다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나라는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히 한국이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한반도가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5년 5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침공을 당하면 돕겠느냐?’라는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생각해 보겠다.”라며 즉답을 미뤘다. 이제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비롯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상황에 따라 ‘It depends’와 ‘Case by case’의 다각적·다층적·다양한 안보 전략을 선제적·공격적으로 짜나가야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월 24일 날짜까지 적시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백악관에 초청하겠다고 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이고, 이란 및 우크라이나 전쟁도 새로운 국면에 진입해 있을 시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미(訪美)가 이뤄지면 또 다른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눈앞에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을 거론한 뒤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한다.”라고 까지 언급했다. 미·중 관계가 불안정하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전시 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 WT-OPCON)과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등을 놓고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커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도 유연한 선제적 대화를 해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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