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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바둑판 위의 예의는 인생의 품격 [나의 바둑연대기]

바둑 기술은 혼자서도 인공지능과 대국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지만, 예절은 반드시 타인을 통해 완성된다. 바둑판 위에서 배우는 이 조용한 규칙들은 삶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앞에 놓인 바둑판 위에서...

바둑판 위의 예의는 인생의 품격 [나의 바둑연대기]

바둑에서 예절 ‘상대를 존중하라’

우리 삶 전체에 적용할 수 있어

바둑은 단순한 승부의 게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관계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은 사회다. 그래서 바둑판 위에는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예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바둑의 예절이 우리가 일상에서 지켜야 할 인간 사이의 예절과 놀랄 만큼 닮았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절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끝난 뒤에도 승패와 관계없이 고개를 숙이는 행위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이는 ‘나는 당신과 이 시간을 함께한 것을 존중한다’는 표현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결과나 이해관계에만 집중하다가, 관계 자체에 대한 존중을 잊는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남게 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다.

또한, 바둑에서는 상대가 수를 두는 동안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다. 불필요한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무례로 여겨진다. 이는 일상에서의 ‘경청’과 같다. 누군가 말을 할 때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 상대의 생각이 정리될 시간을 주는 것. 이런 사소해 보이는 태도가 관계의 깊이를 결정한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을 존중하는 것이다. 바둑에는 ‘승부는 냉정하게, 태도는 따뜻하게’라는 암묵적인 원칙이 있다. 승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지만,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공격적일 이유가 없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필요한 자세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쉽게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고, 감정까지 거칠어지기 쉽다. 그러나 경쟁과 무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바둑은 이 둘을 분리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바둑에서는 형세가 기울면 깔끔하게 돌을 거두는 것이 미덕이다. 끝까지 버티며 의미 없는 수를 두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빼앗는 행동이 된다.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수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태도는 관계를 소모시킨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물러설 때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품격이다.

흥미로운 것은 바둑의 예절이 강요된 규칙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라는 점이다. 이는 인간 사회의 예절과도 닮았다. 법으로 강제되지 않지만, 모두가 지킬 때 사회가 훨씬 부드럽게 돌아간다. 예절은 결국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면서 이런 예절들이 점점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바둑에서도 온라인 대국이 늘어나며 인사 없이 시작하고, 결과만 남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메시지는 짧아지고 대화는 단절되며 상대에 대한 고려는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관계의 성질은 이런 작은 부분에서 갈린다.

결국, 바둑의 예절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상대가 자신보다 아무리 하수라도 존중하라”는 것이다. 돌을 놓는 상대도, 내 앞에 앉은 사람도, 모두 감정을 가진 존재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예절의 시작이다. 바둑 기술은 혼자서도 인공지능과 대국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지만, 예절은 반드시 타인을 통해 완성된다. 바둑판 위에서 배우는 이 조용한 규칙들은 삶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앞에 놓인 바둑판 위에서 살아간다. 그 바둑판에서 얼마나 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그 ‘어떻게’의 중심에는 언제나 예절이 자리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조용성 ㈔진주스포츠클럽 바둑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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