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이규현 기자
한동안 시베리아 같던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공급 과잉과 미분양의 늪에 빠져 숨죽이던 지역 주택사업자들이 7월 들어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7월 대구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1.8로, 한 달 전(66.7)과 비교해 15.1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지난달 전망치가 급락하며 얼어붙었던 시장 심리가 한 달 만에 돌아선 것이다. 이웃한 경북 역시 14.3포인트 상승한 85.7을 기록하며 대구와 발걸음을 맞췄다.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더 이상 나빠질 곳이 없다”는 바닥 통과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6년 7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 주택산업연구원 제공
전세사기 여파와 전세난 심화로 지친 실수요자들이 점차 매매나 신규 분양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수치상으로는 전국적인 동반 상승세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구와 수도권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서울(114.3)과 경기(100.0) 등 수도권은 분양전망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넘겼을 뿐 아니라, 한국부동산원의 최신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6월 29일 기준)에서도 서울 0.27%, 경기 0.19% 상승을 기록하며 매매시장이 확연한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대구는 분양 기대감이 15.1포인트나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매매가격이 0.03% 떨어지며 130주가 넘는 장기 하락세를 떨쳐내지 못했다. 즉, 대구의 지수 반등은 시장이 실제로 살아났다기보다는 지나치게 얼어붙었던 심리가 정상화되는 과정, 즉 ‘기저효과’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향후 분양시장의 변수를 나타내는 공급 지표들도 묘하게 얽혀있다. 전국 분양가격 전망은 유가 안정에 따른 공사비 둔화 기대감으로 전월 대비 4.3포인트 떨어진 104.7을 기록했다. 비록 하락하긴 했으나 100을 웃돌고 있어 여전히 분양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더 큰 문제는 ‘미분양’이다. 주택사업자들이 예측한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국적으로 4.8포인트 하락(93.8)하며 우려가 덜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수도권 청약 시장의 흥행이 착시를 일으킨 결과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통계상 대구의 미분양 수치는 약 4천300가구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문제는 다 짓고도 안 팔리는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이 3천388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78.8%를 차지한다.”면서 “이 악성 매물이 지역 요지에 버티고 있어 매매가격 하락세를 누르고 있기 때문에, 분양 심리가 일부 살아나더라도 실제 체감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구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불씨는 살아있다. 한국부동산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쏟아진 과잉 공급 물량이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점차 소진되면서 향후 2년간 입주 예정 물량은 적정 수요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7월은 본격적인 여름철 분양 비수기다. 심리적 기대감이 실제 계약률 상승과 매매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대구 주택시장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이규현 기자 leekh122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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