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고인돌·팽목항…렌즈 속에 찰나 담았죠”
보성 출신 안판종 작가 사진전…11월 1일까지 광주 ACC디자인호텔 갤러리
한약방 운영하다 사진에 매료…40년 가까이 시대의 흔적 기록
보성여중에 장학금·국가폭력 다룬 영화 참여…전시 수익금 기부
2026년 10월 06일(화) 19:50
안판종 작가가 6일 ACC 호텔 갤러리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보성 출신 안판종 작가에게 사진은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 삶과 죽음의 흔적을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1989년 사진을 시작한 그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바다와 갯벌, 고인돌, 5·18 민주묘지, 세월호 팽목항 등 시대와 사람의 흔적이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운영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안 작가는 팔순을 앞두고 사진 인생을 돌아보는 뜻깊은 전시를 마련했다. 그는 오는 11월 1일까지 ACC디자인호텔 갤러리에서 ‘찰나의 순간 영원의 순간’ 전시를 열고, 오랜 세월 카메라에 담아온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과의 인연은 1989년 한약방을 운영하던 때 시작됐다. 한방요법과 불임증 관련 책을 준비하며 사진작가에게 표지 사진을 부탁한 것이 계기였다. 사진작가가 노출값과 셔터 속도 등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사진에 관심이 생긴 그는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니콘F801 카메라와 35-70㎜ 렌즈를 구입하며 사진가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러 간 곳은 화순 사평면 유마사였어요. 오후 4시쯤이었는데 역광으로 비치는 단풍잎이 너무 환상적이었죠. 렌즈를 통해 보이는 빛이 눈으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런 모습도 있구나’ 싶었죠. 그때부터 사진에 매료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1993년 YWCA에서 운영하는 영상매체연구 교육과정을 1년간 수료하고 한국사진작가협회에도 등록하며 사진 공부를 본격적으로 이어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촬영한 팽목항 사진을 꼽았다. 그는 촬영을 위해 팽목항을 20여 차례 찾았다. 작품은 주변을 어둡게 하고 가운데 다리만 밝게 표현해 당시의 참담함을 담았다. 일출처럼 희망찬 사진들과 다르게 팽목항 사진에는 고통과 애틋함이 담겨있다.
안 작가의 시선은 가까운 과거 외에 3000여년 전 마한,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흔적도 따라가고 있다.
그는 화순과 고창, 진도, 해남, 강화, 순천, 고흥 등 전국의 고인돌을 찾아다녔다. 바다 역시 30년 넘게 카메라에 담아온 소재다. 그는 무안 도리포와 보성 벌교 대포리를 찾아 김양식장과 낙지잡이 현장을 기록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어망의형태와 갯벌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을 살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이어온 그는 4년째 보성여중 학생들에게 들불야학의 창립을 주도한 인물인 박기순 열사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5·18, 제주4·3 등 국가폭력과 기억, 애도의 문제를 예술영화로 다뤄온 사유진 감독의 영화 촬영에 스틸 사진작가로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됐다. 사 감독의 제안을 계기로 박귀순 열사 장학금 전달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번 전시회 수익금 역시 장학금 전달에 활용할 계획이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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