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NATO'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안전연구소 네트워크
'프로젝트 글래스윙'과 NCE…삼성·하이닉스도 '동맹' 참여
팩스 실리카, 미토스 막을 '물리적 성벽'이지만 불완전
젠슨 황의 직격탄…"중국 배제하면 보안 공백 커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월 19일(현지시간) 오후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6 키노트(기조연설)에서 청중에게 2026년 이후 AI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설계한 차세대 에이전틱 AI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뉴스룸 제공]
인류 최초의 인공지능(AI) '빌런'으로 꼽히는 '미토스'(Mythos)가 촉발한 공포가 실리콘밸리의 오랜 경쟁 구도마저 멈춰 세웠다.
개별 기업 역량으로는 'AI 핵무기'의 파괴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빅테크들과 주요 국가들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디지털 보안 동맹'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토스'는 앤트로픽(Anthropic)사가 개발한 차세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의 약칭이다. 단순한 텍스트 생성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논리적 결함을 스스로 찾아내 무기화할 수 있는 '자율형 사이버 에이전트'다.
◇ '디지털 NATO'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안전연구소 네트워크
17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시작된 AI 안전 논의가 '인공지능안전연구소 국제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AI Safety Institutes)'라는 거대 연합체로 결실을 맺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EU 등 10개국이 참여 중인 이 네트워크는 단순한 담론을 넘어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기술 동맹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AISI(NIST)와 영국 AISI는 이미 2024년 4월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 국가가 모델을 테스트하면 그 결과를 즉시 상대국에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들은 같은해 12월부터 '제2차 공동 테스팅'에 돌입, 특정모델 취약점을 국가별로 분담해 검증하고 그 결과를 실시간 공유해왔다. 한국의 AI안전연구소는 벤치마크 데이터셋의 한국어화 및 평가 수행의 핵심 축을 담당하며 글로벌 안보 체인의 중심에 있다.
◇ '프로젝트 글래스윙'과 NCE…삼성·하이닉스도 '동맹' 참여
미토스의 위험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난 7일 앤트로픽이 전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글래스윙(Glasswing' 역시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로건 그레이엄 앤트로픽 프런티어(Frontier) 레드팀 리더는 "우리는 이러한 능력이 6개월, 12개월, 24개월 내에 널리 보급될 세상에 지금 대비해야 한다"며 "현대 보안 패러다임의 기반이 된 많은 가정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아마존 웹 서비스(AWS), 브로드컴, 시스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엔비디아, 구글, 애플, JP모건 체이스, 리눅스 재단, 마이크로소프트, 팔로알토 네트웍스 등 45개 이상의 핵심 기관이 참여하는 '디지털 방패'로 진화했다.
다만 앤트로픽은 미 행정부 협력 차원에서 국가 안보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모델 기능과 관련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미토스 쇼크가 터지기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공식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주도의 경제안보 협의체 '팩스 실리카(Pax Silica)' 또한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팩스 실리카'에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공급망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이 동맹에서 대한민국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핵심 기둥이다. AI 가속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인프라 제공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팩스 실리카, 미토스 막을 '물리적 성벽'
전문가들은 미 행정부의 '팩스 실리카' 전략이 미토스 쇼크에 대응하는 공동방어체계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파고드는 미토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방어 시스템이 구동되는 하드웨어(반도체)의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하드웨어 기반 신뢰(Hardware-rooted Trust)'가 핵심이다. 팩스 실리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서 제조된 반도체만 사용함으로써, 설계 단계부터 심어질 수 있는 백도어나 물리적 해킹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하드웨어가 오염된 상태에서는 어떤 최첨단 보안 AI도 무용지물이라는 논리다.
또 컴퓨팅 파워의 독점과 통제를 통한 '상관관계'도 뚜렷하다. 미토스급의 초고성능 공격용 AI를 구동하거나 이에 맞설 방어용 AI를 대규모로 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HBM이 필요하다.
팩스 실리카는 이러한 핵심 자원을 동맹국끼리만 공유함으로써 적대 세력의 AI 고도화를 억제하고, 동맹 측의 공동 방어 역량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이 대목에서 기술 스택의 통합을 통한 '실행력' 확보가 결정적이다. '팩스 실리카' 전략 하에 반도체부터 클라우드까지 기술 표준이 통일되면, 미토스가 발견한 제로데이 취약점 정보를 글로벌 안전 네트워크 내에서 시차 없이 공유하고 즉각 패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완성된다.
즉, 팩스 실리카는 미토스라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물리적 성벽'을 쌓는 작업이다. 공동 방어 체계는 그 성벽 위에서 '디지털 감시탑'을 운영하는 체계다. 성벽(공급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감시탑(보안 AI)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글로벌 안보 신질서의 핵심 요체다.
팩스 실리카 전략에 발맞춰 미 상무부는 'US-made AI 수출 프로그램(NCE)'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화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해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패키지'를 구축한다.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을 결합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토스급 위협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구상이다.
◇ 젠슨 황의 직격탄…"중국 배제하면 보안 공백 커져"
미토스 대응에 있어서 변수는 '중국'이다. 미국측의 이러한 제한적인 연합 움직임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쓴소리를 뱉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드와르케시' 팟캐스트를 통해 "중국을 적대시하고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현재 태도가 AI 보안 분야에 '심각한 공백'을 만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젠슨 황은 "양국 연구자 간 실질적인 소통을 통한 상생 모델이 필수적"이라며 "앤트로픽의 미토스가 미국과 중국 간 AI 협력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승리를 바라지만, AI 대화와 연구 협력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AI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중국과 상호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는 미토스와 같은 초국가적 위협에 국경이 없으며,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 중인 중국과의 기술 공조 없이는 완전한 방어망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진영 논리가 오히려 디지털 안보의 '약한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고다.
미토스 쇼크는 기술을 넘어 국제 정치적 결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창과 방패의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 세계가 진영 논리를 넘어선 '완전한 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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