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미국과 중국이 로봇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각기 다른 방식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일본의 존재감이 더 크지만,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차세대 로봇 경쟁의 핵심 축은 미국과 중국으로 압축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국의 출발점은 조금 다르다. 미국은 2년 전 민간 AI 투자에서 1091억달러(약 164조9700억원)를 유치한 반면, 중국은 93억달러(약 14조620억원)에 그쳤다. 모델의 전반적 역량을 비교하는 지표인 에포크 역량 지수(ECI)에 따르면 중국 AI 모델은 2023년 이후 미국보다 평균 7개월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실제 로봇 보급 속도에서는 중국이 앞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5년 미국보다 약 10배 많은 로봇을 자국 공장에 설치했다. 저가 로봇을 대규모로 빠르게 공급하면서 미국과 한국 로봇 기업들이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관세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 육성 전략이 있다. 중국은 정책 문서에서 로봇을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으로 규정하며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산업 확대를 적극 밀어붙인 것이다. 최근 심의된 '5개년 계획(2026~2030)'에서도 관련 기조가 유지됐으며, 각 지방정부가 지역 내 로봇 기업 유치와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로봇 산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빠른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2024년까지 3년 연속 감소했고, 향후 5000만명의 블루칼라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젊은 층이 기피하는 현장 업무를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중국 내 로봇 활용은 산업 현장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장에 설치된 로봇은 29만5000대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자동차 부품 조립, 분류, 용접, 조립 공정처럼 특정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상용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3세대 [사진: 테슬라]
반면 미국은 범용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간과 경쟁할 수 있는 다목적 로봇을 개발해 가정과 제조업 현장 모두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와 피겨AI의 피겨 03(Figure 03)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국 기업들의 생산 확대도 이제 본격화 단계에 들어섰다. 피겨AI는 지난해 연간 최대 1만2000대의 휴머노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고물량 생산 시설 '보트Q'(BotQ)를 가동했다. 테슬라도 올여름 첫 생산라인 가동을 준비 중이며, 2027년 대규모 생산이 시작되면 연간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로봇 기업들은 대체로 휴머노이드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 앱트로닉의 '아폴로'(Apollo),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 등이 대표적이다. 오픈AI도 올해 초 휴머노이드 연구 조직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식 전략의 성패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은 최근 한 라이브스트림에서 휴머노이드가 "5년 정도 수명을 가질 수 있고, 그 뒤에는 처참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길어야 10년일 것"이라고 말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결국 미중 로봇 경쟁은 물량과 상용화에서 앞선 중국, 범용 AI와 차세대 휴머노이드에 승부를 거는 미국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이르지만, 로봇 산업이 AI 패권 경쟁의 다음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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