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군사행동 중단에 합의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 기대가 반영되며 환율과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증시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6원 내린 1470.6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3월 11일(1466.5원) 이후 약 한 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24.3원 하락한 1479.9원에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확대했다. 마감 직전에는 1470.5원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졌다. 개장 전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 즉각 반영된 결과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98.735까지 하락하며 지난달 1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환율 하락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중동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6% 넘게 하락해 배럴당 94달러대까지 떨어졌다. WTI 선물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유가 하락은 국내 증시의 업종별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유·에너지 관련 종목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흥구석유와 중앙에너비스는 17%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고, 한국석유와 극동유화 등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7.56p(6.87%) 오른 5872.3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5% 넘게 상승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5900선을 넘어섰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천722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선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5% 이상 상승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대형 반도체주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7% 넘게 올라 21만원대를 회복했고 장중 21만4000원대까지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12% 이상 상승하며 종가 기준 100만원선을 다시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는 엇갈렸다. 전날까지 코스피 하락에 베팅했던 인버스 ETF는 이날 7~15% 하락한 반면, 원유 가격 하락에 투자한 상품은 1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간 개인 자금이 인버스 상품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시장 급등은 투자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휴전 합의로 전쟁 리스크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향후 협상 과정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미·이란 간 군사적 긴장 완화는 환율, 원자재, 주식시장 등 주요 자산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금융시장의 민감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향후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시장 흐름 역시 추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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