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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스터 반도체’ 진대제 “파업할 때냐…당장, 하락 대비하라” [이익...

“반도체 산업이 잘 나간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도, 국가도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미스터 반도체’ 진대제 “파업할 때냐…당장, 하락 대비하라” [이익...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반도체 산업이 잘 나간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도, 국가도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난 진대제(74)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반도체 호황에 환호하는 이들을 향해 쓴소리부터 던졌다. ‘미스터 반도체’로 불리며 1990년대 삼성전자를 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으로 키워내고, 노무현 정부의 첫 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아 정보기술(IT) 중심 정책을 발굴했던 진 회장은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는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역대급 수출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00억 달러 고지를 처음 넘었고,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합산 영업이익 500조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국내증시는 코스피 6000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진 회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다른 IT 산업에는 (비용 상승으로) 비극이 될 수 있다.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며 “업황이 다시 꺾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반도체 업계, 그리고 IT 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잘 나가는 지금이야말로 초격차를 위해 투자할 시점”이라며 “5년 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삼성전자, 그리고 정부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근 성과급과 관련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위기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회사가 세계 1등이라고 해서 개인의 능력이 1등이라고 자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빅테크에서 파업한다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 일반 제조업도 아니고 하이테크 회사가 파업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Q : 당장 삼성전자 노조가 내달 파업을 예고했다.

A :

안타깝다. 회사가 잘 돼서 내가 큰 돈을 받게 됐을 때 그게 과연 내 노력과 비례한지 생각해야 한다. 회사가 투자하고 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삼성전자 실적도 AI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 덕에 얻은 성공인데, 회사가 번 돈은 재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은 노사간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Q : 그럼 임직원 보상은 어떻게 하나.

A :

일괄적인 보상은 독이 될 수 있다. 성과 평가 후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회사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이 떠나는 건 노조가 파업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다. 이제 자본의 가치가 더 커지고 노동의 가치가 줄어들었다. AI 발전으로 기업의 고용여력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미래 발전을 위해 자신의 경쟁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Q : K반도체의 전성기다. 언제까지 갈까.

A :

전보다는 반도체 호황기가 길어질 것 같다. 앞으로 3~4년, 길게는 5년까지 괜찮아보인다. 요즘 일본 메모리 회사가 사라지며 공급량을 좌우할 기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창신메모리(CXMT) 정도 밖에 없다. AI 때문에 반도체 수요는 폭증하는 데 생산량 증가는 더디다. 하지만 시장은 반도체 업계의 독식체제를 가만 두지 않는다. 결국 흐름은 꺾이게 돼 있다.

Q : 가장 큰 위기요인은 무엇인가.

A :

구글의 ‘터보퀀트’처럼 AI가 메모리를 적게 쓰도록 하는 기술이 계속 나올거다. 지금은 AI 시장이 계속 폭발적으로 커질 것 같지만, AI의 데이터학습이 어느 정도 끝나고 나면 연산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 반도체 기술도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크기를 줄이는 것도, 칩을 쌓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20~30년 후에도 지금같은 반도체 사이클이 존재할까. 모를 일이다.

Q : 그럼 지금 뭘 해야 하나.

A :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IT 업계는 인텔, IBM과 같은 선구자에게 빚을 졌다. 이제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같은 총수들은 국가와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들은 돈을 벌면 미래를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업은 경영자의 철학에 따라서 연구의 자유도가 달라진다. 총수의 철학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

진 회장은 인터뷰 내내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먹거리를 향해 도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종합기술기업으로서 삼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Q : 지금 삼성전자는 잘 하고 있나.

A :

냉정하게 말하면 삼성은 선구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던 종합기술원(SAIT)의 인력을 축소해버렸다. 당장의 실적에 휘둘려 미래 사업을 포기하는 꼴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왜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민하지 않나. LG는 ‘엑사원’을 개발해서 국가대표 AI로 밀고 있는데 삼성은 그 경쟁에서 소외돼 있다. 현대차가 만들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삼성은 왜 만들지 않나.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야말로 피지컬AI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회사다.

Q : ‘삼성맨’ 출신으로서 SK하이닉스와 경쟁 구도는 어떻게 보나.

A :

(경쟁하는 게) 아주 좋다. 전세계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과거 가전산업에서 중국의 도전에 맞서 LG와 삼성이 경쟁해서 발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인텔은 혼자서 승승장구하다가 스스로 망가졌다. 누군가 계속 인텔을 위협했다면 그렇게 안 됐을 거다. TSMC도 혼자였다면 쇠락했을텐데 삼성과 파운드리(위탁제조) 경쟁을 하며 더욱 성장했다.

Q : 이재용 회장의 숙제는 무엇일까.

A :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그랬듯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걱정해야 한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까 고민하고 근본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적자가 난다고 사업을 접어서는 안된다. 지금 반도체로 돈을 잘 벌고 있는데 미래 기술에 1000억원을 쓴다고 큰 일이 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미래지향적이고 근본적인 기술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강정현 기자

☞‘미스터 반도체’ 진대제는

= 1952년 경남 의령 출생. 경기고·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를 했다. 미국 IBM 연구소를 거쳐 1985년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됐다. 1990년 일본에 앞서 세계 첫 16메가 D램을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2000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에 올랐고, 2003년부터 3년간 노무현 정부의 첫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 사모펀드(PE)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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