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의 ‘미소스’가 미국 금융권의 IT 시스템 취약점을 대거 발견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긴급 보안 패치와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형 은행들은 최근 미소스를 활용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수백~수천건에 달하는 취약점을 발견하고 있다.
상당수는 기존에 ‘낮음’ 또는 ‘중간’ 수준으로 분류됐던 문제들이지만, 미소스가 여러 취약점을 연결해 고위험 공격 경로를 찾아내며 상황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미소스가 특히 오래된 레거시 시스템과 지원 종료 단계에 있는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정밀하게 찾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패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수주 동안 미뤘던 보안 업데이트를 며칠 내 처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스템은 일시적으로 오프라인 전환이 필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은행들은 고객 서비스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소스에 직접 접근 가능한 기관은 제한적이다.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 파트너와 40여개 기관만 우선 접근 권한을 부여받았다. 여기에는 JP모건 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건 스탠리 등 주요 월가 은행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형 은행은 미소스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중소형 은행들을 위해 발견된 취약점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소 은행들은 높은 비용과 연산 자원 부족 때문에 미소스를 자체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소스는 AI 모델 사용량 기준으로 과금되는 구조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사용자가 입력하는 데이터는 100만 토큰당 25달러, AI 출력은 100만 토큰당 125달러가 부과된다. 이는 앤트로픽 모델 중에서 가장 고가인 ‘클로드 오퍼스 4.7’보다 5배 비싼 수준이다.
다만 앤트로픽은 글래스윙 파트너와 고객사를 대상으로 총 1억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크레딧을 제공해 초기 연구 활용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소스가 단순한 취약점 탐지 도구를 넘어 사이버 보안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니틴 세스 인세도 공동 창립자는 “사이버 리스크가 이제 인간 속도가 아니라 기계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경고”라며 “은행 보안의 오래된 가정, 즉 취약점이 오랫동안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 중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애덤 마이어스 부사장도 “미소스를 처음 접했을 때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방법론과 운영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감독 당국도 미소스의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한 고위 규제 당국자는 “미소스는 예상했던 만큼 강력하며, 인간이라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취약점 연결고리를 매우 빠르게 찾아낸다”라고 평가했다.
보안 업계에서는 특히 금융권이 다른 산업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버나드 몬텔 테너블 기술 전략가는 “은행 산업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로, 이는 다른 산업과는 다르다”라며 “기술 장애는 곧 사업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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