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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래를 샀다①] "9조 베팅 통했다"…삼성, 하만으로 전장 제국 만들다

[편집자주] 한때 국내 기업들의 초대형 해외 인수합병(M&A)은 '승자의 저주' 우려와 함께 시장의 의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조(兆) 단위 자금을 들여 해외 기업과 사업부를 사들이는 결단에 대해 "너무 비싸다", "왜 저 회사(사업부)를 인수하느냐"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미래를 샀다①] "9조 베팅 통했다"…삼성, 하만으로 전장 제국 만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와 만나 배터리 및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편집자주] 한때 국내 기업들의 초대형 해외 인수합병(M&A)은 '승자의 저주' 우려와 함께 시장의 의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조(兆) 단위 자금을 들여 해외 기업과 사업부를 사들이는 결단에 대해 "너무 비싸다", "왜 저 회사(사업부)를 인수하느냐"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당시의 선택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였다는 평가로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사들여 전장·오디오 시장의 글로벌 강자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NAND) 사업부 인수로 인공지능(AI) 시대 핵심인 기업용 SSD 경쟁력을 키웠다. LG전자 또한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업체 ZKW 인수를 발판으로 미래차 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삼성·SK·LG가 단행한 대표 M&A의 배경과 성과, 그리고 그 승부수가 오늘날 어떤 결실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삼성전자는 2025년 12월 23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했다.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ZF CEO(왼쪽부터),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이 이날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차량이 곧 플랫폼"…삼성, 하만 통해 AI·자율주행 생태계 선점

"9조 베팅은 무모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의 하만 인수가 10년 만에 '신의 한 수'로 재평가받고 있다. 삼성은 하만의 독보적 하드웨어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거머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을 관통하는 차세대 차량용 플랫폼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중심 축으로 부상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는 삼성의 하만 인수 발표 10주년이자 하만 대표 브랜드 JBL 탄생 80주년이 되는 해다. 80년 오디오 명가의 전통에 삼성의 정보통신(IT) DNA가 결합하면서 삼성 하만은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인수 직후인 2017년 7조1034억원이었던 매출은 2019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5조783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의 성장 폭은 더욱 가파르다.

2017년 57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5311억원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하는 9.7%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내 주요 사업부 중에서도 안정적인 '주 수익원(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고성장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과감한 '미래 베팅'이 있었다. 이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기계에서 전자 장치(전장)로 이동할 것을 예견하고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2025년 CES 2025 현장에서 선보인 삼성 하만의 전장 솔루션 [출처=삼성전자]

◆엑시노스·OLED·5G 결합…삼성 IT 기술과 하만 시너지 본격화

현재 삼성 하만 매출의 절반 이상은 전장 사업에서 발생한다. 전장 분야 매출 규모만 약 10조~11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을 사실상 선점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삼성 하만은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만의 전장 솔루션은 삼성의 엑시노스 오토(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5G 통신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차량 제어는 물론 차량 내부를 고성능 PC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하만의 모태인 JBL은 올해 탄생 80주년을 맞았다. JBL은 1946년 미국 음향기술자 제임스 B. 랜싱이 설립한 '랜싱 사운드'에서 출발했다. 이후 하만카돈이 1969년 JBL을 인수하면서 하만은 글로벌 오디오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만은 JBL 외에도 AKG, 마크 레빈슨, 렉시콘, 인피니티, dbx 등 세계적 오디오 브랜드를 잇달아 품으면서 프리미엄 오디오 왕국 구축했다.

JBL은 영화관 스피커 표준을 만든 브랜드로 꼽힌다. 우드스탁 페스티벌, 할리우드 영화관, 글로벌 공연장 등 세계 대중문화 역사 곳곳에 JBL 사운드가 자리했다. 오스카 과학기술상과 테크니컬 그래미를 모두 받은 유일한 오디오 브랜드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삼성 하만 JBL 무선 헤드폰 Tour ONE M3 SMART Tx [출처=삼성전자]

◆마시모·ZF 잇단 인수…오디오·ADAS로 미래 모빌리티 확장

삼성은 하만의 강력한 오디오 브랜드 파워를 삼성 가전 전반에 이식했다. 삼성 TV의 사운드 기술력 향상에는 하만의 음향 알고리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오디오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 하만은 지난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 마란츠 등 글로벌 초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까지 확보했다. 특히 영국 럭셔리 스피커 브랜드 B&W는 애비로드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로 유명한 회사다. 대표 제품 '노틸러스'는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을 넘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상징으로 꼽힌다.

전장 분야 투자도 공격적이다. 삼성 하만은 지난해 독일 전장 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15억 유로(약 2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사업부는 자율주행의 '눈' 역할을 하는 스마트 카메라 모듈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하만은 이를 통해 자율주행 데이터 분석과 차량용 AI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헝가리에 23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자율주행 연구개발(R&D) 센터 및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의 오디오 분야의 기술적 깊이와 삼성전자의 혁신 역량을 결합해 전 세계 고객들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누릴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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