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적 규범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술 발전 자체를 막기보다는 사회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 황 CEO는 “모든 사람이 AI를 사용해보길 권한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새로운 사회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특정 전문가 집단만의 도구가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사회 전반이 AI 활용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AI 확산을 과거 자동차의 등장에 비유했다. 그는 “내가 어릴 때는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곤 했지만 자동차가 대중화된 이후에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며 “사회는 인도와 횡단보도를 만들고 교통 규칙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계속 발전하며, 중요한 것은 발전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사회적 규범과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AI 기술 확산으로 인한 고용시장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업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직군에서는 인력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역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황 CEO는 AI가 오히려 기술 격차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AI를 활용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복잡한 문서를 분석하며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며 “AI는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어 장벽과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고급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CEO는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AI 기업 지분의 정부 보유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산업 성장에 따른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정부가 AI 기업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 CEO는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 측과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AI 기업들은 미국 기업이며, 기업의 성공은 주가 상승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세수를 늘리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중심의 혁신 구조가 이미 경제적 혜택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AI 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황 CEO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는 모든 기술 분야에서 항상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요소”라며 AI 기술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첨단 AI 모델의 해외 활용을 제한하거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출 통제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정부가 우려하는 위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확한 기준과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CEO는 미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꼽았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 심각하게 뒤처져 있다”며 “오랜 기간 에너지 생산 확대를 억제해 온 결과가 현재의 공급 부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AI 산업 성장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발전 설비 확대와 전력망 투자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황 CEO의 이번 발언이 AI 시대를 맞아 기술 혁신과 사회적 적응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AI가 경제와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기술 발전의 혜택을 극대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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