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전례 없는 인공지능(AI) 수출 통제로 해외 이용이 중단됐던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미토스(Mithos)’가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앤트로픽 간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기업과 기관의 최첨단 AI 접근권은 물론 글로벌 AI 안전성 검증 체계 참여 여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일 내 중단된 미토스 모델 이용이 재개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현재의 수출 통제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국 행정부가 지난 12일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Fable 5)’에 대해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한 이후 나온 첫 공식 입장이다. 해당 조치로 미국 외 지역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최신 모델 활용에 제약을 받게 됐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과 기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 배경으로는 일부 AI 모델에서 제기된 ‘탈옥(Jailbreak)’ 가능성이 거론된다. 탈옥은 사용자가 AI의 안전장치나 정책을 우회해 제한된 기능이나 정보를 얻어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차우리 총괄은 “매우 제한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최근 6개월 동안 출시된 거의 모든 주요 AI 모델에서 유사한 현상이 확인됐다”며 “앤트로픽은 가드레일 운영과 책임 있는 모델 관리 역량에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미국 정부와의 협상 진행 상황이나 수출 통제 해제 시점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최신 정보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업계에서는 앤트로픽이 서비스 재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을 좀 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 통제 조치 이후에도 미국 행정부와 앤트로픽 간 기술적·정책적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앤트로픽은 최고위 기술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미국 정부와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AI 생태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핵심 변수로는 앤트로픽이 출범시킨 글로벌 AI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이 꼽힌다. 글래스윙은 검증된 기업과 기관에 최신 AI 모델을 우선 제공한 뒤 보안 취약점과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2일 글래스윙 참여 대상을 15개국 약 150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 관련 기관들의 최신 모델 접근 권한 부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미토스 사전 접근 권한을 받은 기관 가운데 중국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 통신사가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해당 기관의 접근 권한을 취소했지만, 이 사건이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민감한 AI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글래스윙 운영 방식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과 기관들의 글래스윙 참여 지속 여부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차우리 총괄은 관련 질문에 대해 “글래스윙은 현재 매우 빠르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앤트로픽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배경에 미국 정부와 진행 중인 협상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나 기관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앤트로픽이 올해 초 미군 운용 AI의 자율살상무기 활용 금지를 촉구했다가 미국 국방부로부터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된 전력이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단순한 모델 안전성 문제를 넘어 행정부와 앤트로픽 간 누적된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참여 기관들은 비밀유지협약(NDA)을 이유로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앤트로픽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미토스 서비스의 정상화 시점과 글래스윙 참여 범위는 미국 정부와 앤트로픽 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협상 향방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최첨단 AI 모델 접근권은 물론 글로벌 AI 안전성 검증 체계에서의 역할과 위상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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