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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국행 티켓값은 누가 내나"…SK하이닉스 15조 신주 발행에 '개미 반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자본 확충을 위해 미국 시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미국행 티켓값은 누가 내나"…SK하이닉스 15조 신주 발행에 '개미 반발...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SK하이닉스가 글로벌 자본 확충을 위해 미국 시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예기치 않은 '오버행(물량 부담)' 리스크가 다가온 것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대 급락했다. 구글의 '터보퀀트' 알고리즘 공개와 전날 ADR 상장 소식에 따른 급등세가 차익 실현 매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전날 SK하이닉스가 미국 ADR 상장 절차에 돌입한 것을 공식화하면서 주가는 장중 ‘100만닉스’를 회복한 바 있다.

ADR은 국내 주식을 미국 은행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미국 시장에서 발행하는 대체증권이다.

SK하이닉스는 연내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지난 24일 관련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미국 ADR 발행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바 있다.

다만 공모 규모와 방식, 상장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최종 상장 여부 역시 SEC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 수요예측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할 방침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시장에선 이번 ADR 상장은 신주 발행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인 '레벨 3' 방식으로 추진되며, 규모는 약 10조원에서 15조원(약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시 상장이 호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을 중심으로 국내 주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쟁점은 신주 발행을 통한 상장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이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주 발행은 사실상 유상증자와 다를 바 없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SK하이닉스는 애초 자사주(2.4%)로 ADR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9일 자사주 12조2400억원어치(2.1%)를 소각했다.

자본시장 전문가인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ADR 발행은 찬성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화되는 신주 발행 방식은 반대"라면서 "추후 추가 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므로 기존주주 희석화 정도는 심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DR 상장 규모가 10조~15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35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가 왜 신규 자금이 필요한가" 하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래에셋증권 추정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2008년까지 189조원의 설비투자와 수십조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 후 672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된다.

이 회장은 "증권가 일각에서는 ADR 발행 시 마이크론과 유사한 수준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나이브한(순진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ADR 상장이 곧바로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밸류에이션 레벨업이 실현되려면 거버넌스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회를 그룹 지배구조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모든 경영 판단이 개정 상법의 취지에 따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규모 시설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ADR을 활용했던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주가 변동성을 겪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과 국내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 세력의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TSMC의 미국 ADR 사례를 들어 SK하이닉스 전체 발행주식수의 10~15% 취득해 일부 소각하고 대부분은 미국에 상장을 권했다. 미국에 상장되는 ADR 규모가 200억~300억달러는 돼야 유동성도 있고 상장지수펀드(ETF)들의 편입이 이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TSMC의 시가총액은 약 2630조원으로 SK하이닉스의 약 4배에 달한다. TSMC는 발행주식의 80%를 대만 증시에, 나머지 20%를 뉴욕증권거래소에 ADR 형태로 상장하고 있으며, ADR 시총만 530조원에 이른다. 하루 거래액 역시 7조원에 달해, 최근 거래가 활발한 SK하이닉스의 일평균 거래액 4조원을 크게 웃돈다. 이 회장은 "10조~15조원 규모의 ADR로는 유동성이 턱없이 부족해 미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상장을 통해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다. 올해 실적 기준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이 7.8배로 SK하이닉스(5.9배)를 웃돌고, 최근 주가 급등세를 탄 샌디스크는 17.6배로 SK하이닉스의 3배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금이 ADR에 몰리면 국내 본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DR과 국내 본주 사이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본주의 밸류에이션까지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신주 발행 예상 규모는 전체의 2.5%(180만주)로 지분율 희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상장은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발행 조건과 신주 규모에 따라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HBM 등 차세대 반도체시장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실적을 증명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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