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질병 기전 연구한 공학자
독립성·안정성 지원에 국내 복귀 결심
"성공적인 국내 정착 사례 보여줄 것"
1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김효빈 의대 연구교수가 특정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코드로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김태연 기자
"젊은 공학자가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1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김효빈(40) 의대 연구교수는 해외에서 활동하다 정부 지원으로 한국행을 결정한 박사후연구원 107명 중 한 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외 박사급 이공계 인재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며 국내 복귀를 유도한 '세종과학펠로우십 복귀·유치 트랙'에 선정된 이들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매년 연구비 1억3,000만 원을 받는다.
5년간 안정적인 재정을 토대로 자신의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건 김 교수 같은 공학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는 "연구자로서 독립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기회"라며 "해외에서 학위를 받고 국내로 들어와 정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약속에 해외 인프라 포기
김효빈 고려대 의대 연구교수가 미국에서 머물던 당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더스사이나이 의료센터 내 한 회의실에서 연구 토론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본인 제공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대학원에서 시스템생물학, 생물정보학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했다. 생명체 역시 기계처럼 일정한 규칙과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보고, 이를 공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시스템과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엔 데이터 기반 질병 기전 연구를 할 곳을 찾아 멕시코 국립자치대 복잡계과학연구소, 덴마크 코펜하겐대,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의료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서 경력을 쌓았다.
해외에서의 연구에 익숙했던 그가 귀국을 결심한 건 한국 연구 생태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국비 장학생이었던 김 교수는 국가 지원으로 공부한 만큼,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럼에도 귀국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해외 기관의 체계적인 인프라를 포기하고 새 연구 기반을 스스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된 복귀·유치 트랙은 그가 국내 연구를 시작할 발판이 됐다.
"후속 복귀 이끌 좋은 선례 되겠다"
김 교수는 질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세포들이 어디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여주는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진행 경로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연구가 발전하면 환자별로 언제 치료를 시작하는 게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며 "실제 병원에서 의사가 활용할 시스템 구축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복귀·유치 트랙 1기로서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더 많은 연구자가 국내 복귀를 선택하려면, 먼저 돌아온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정착 사례가 축적되면, 해외 연구자들에게 국내 복귀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겁니다. 2기, 3기까지 이어질 수 있게 자리를 잘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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