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미 12.5% ‘강제노동 관세’에 숨죽인 산업계…관건은 ‘+2.5%’

지난 24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중동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와 운임이 급등하며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지만, 상당수 기업은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12.5% ‘강제노동 관세’에 숨죽인 산업계…관건은 ‘+2.5%’

벤젠·톨루엔 등 기초유분, 중국산 저가 공세 탓 판매가 못 올려

가전, 베트남·멕시코 등 생산지 상황 변수…화장품 등도 ‘불안’

‘과잉생산 관세’ 추가 앞두고 긴장 고조…‘15% 준수’ 관철 필요

선적 기다리는 수출 물품들

지난 24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중동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와 운임이 급등하며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지만, 상당수 기업은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에 ‘강제노동 관세’ 12.5%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국내 산업계는 일단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 60개국에 동시다발로 관세가 부과돼 경쟁력을 크게 잃지 않았고, 지난해 7월 한·미 무역 협상에서 정한 관세 상한 15%를 아직 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글로벌 관세 10%만 적용받던 일부 업종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과잉생산 관세’ 규모도 변수로 꼽힌다. 이에 추가 관세를 최소로 막아내는 협상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10%만 내던 관세를 12.5%까지 물게 됐다는 점은 기업에 분명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이미 별도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는 업종엔 영향이 없지만, 그 외 일부는 비용 상승 등 타격을 받을 것이란 논리다.

그중에서도 석유화학이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은 미국에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기초유분을 수출해왔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은 올 1~6월 미국에 벤젠 10만6206t, 톨루엔 11만7636t을 수출했다. 각각 1억482만달러, 1억30만달러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128%, 150% 늘었다.

업계 1위 LG화학은 최근 미국 정부에 접착제와 실런트 생산에 필요한 특수 원재료를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선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석화업체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미국 현지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저가 범용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다만 석화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에틸렌 생산은 많지만 BTX를 비롯한 특수 원재료는 수입에 의존한다”며 “관세 인상은 미국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은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산정 방식을 ‘금속 함량’에서 ‘완제품 전체 가격’ 기준으로 바꿨다. 금속 함량이 제품 중량의 15%를 넘는 가전제품은 이미 ‘완제품 가격의 25%’를 관세로 물고 있다. 이번 강제노동 관세 조치 대상에선 제외됐다.

하지만 미국이 지정한 파생상품이 아니거나 품목별 관세 대상이 아닌 가전제품은 12.5% 관세를 내야 한다.

생산지도 변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베트남과 멕시코 등을 생산기지로 활용해왔다. 이들 국가가 향후 25% 이상의 관세폭탄을 맞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업종도 영향권에 있다. 특히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과 원자재 수급 불안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분산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강제노동 관세(12.5%) 부과보다 앞으로 나올 추가 관세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2.5% 이상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지난해 7월 한·미 무역 협상에서 약속한 마지노선 15%를 넘는다.

결국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벌인 무역법 301조 조사는 총 14건이다. 과잉생산을 포함한 4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가 끝난 10건 가운데 보복 관세가 실제 집행된 사례는 5건이다. 나머지 5건은 협상으로 관세 부과가 유예되거나 종료됐다. 무역협회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무역법 301조 조사가 관세 집행 유예 또는 모니터링 전환으로 결론 난 사례가 많았다”며 “과잉생산 조사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상한다면 관세 유예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4일 “우리 측은 미국 측에 특히 강제노동 301조 및 과잉생산 301조 관세가 총 15%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