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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물처럼 흐르고 꽃처럼 피어나다…문리 개인전 ‘동상별곡’

문리 작가가 작품 ‘물꽃’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물처럼 흐르고 꽃처럼 피어나다…문리 개인전 ‘동상별곡’

문리, 물꽃, 광목 위에 먹, 90.0×84.0cm, 2025

문리 작가가 작품 ‘물꽃’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바위와 쉼 없이 떨어지는 물이 만나 피워내는 물꽃의 순간을 화폭에 담아낸 문리 작가의 전시가 전주에서 열린다.

전주 에프갤러리에서는 오는 14일까지 문리 작가의 제31회 개인전 ‘동상별곡’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설치, 영상작품 등 20여 점을 통해 자연과 삶, 존재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유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동상별곡’은 작가가 머무는 동상골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매일 마주하는 바위와 물의 풍경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

문리, 물꽃, 광목 위에 먹, 75.0×75.0cm, 2025

바위 위로 떨어진 물이 순간적으로 꽃처럼 피어나는 ‘물꽃’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다. 작가는 동상골을 현실과 세속을 잠시 비껴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청산으로 바라보며, 물꽃을 통해 자연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다.

동방 미학에서 청색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의미하듯 동상골 역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작품에는 물의 속성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살리는 물처럼 작가는 동양 사유체계의 핵심인 ‘무(無)’와 ‘유무상생(有無相生)’의 철학을 화폭에 담아냈다.

화면 속 여백은 단순히 비워진 공간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 표현된 형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업 방식 또한 독특하다. 광목을 여러 차례 물에 적시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한지처럼 먹이 스며드는 화면을 만든다.

물에 담갔다 짜낸 광목을 캔버스에 고정한 뒤에는 오랜 시간 화면을 응시하며 비움의 시간을 갖는다. 무엇을 그리기보다 자신을 비워내는 과정에 가깝다.

그렇게 고독한 시간을 견뎌낸 뒤 찾아오는 순간, 작가는 붓에 먹을 흠뻑 적셔 화면 위에 물의 흔적을 남긴다.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그 찰나가 곧 작품이 된다.

문리, 위봉폭포, 설치작업

설치작품 ‘위봉폭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광목과 자연석으로 구현된 작품은 위봉산성에서 흘러내린 물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물꽃을 피우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물은 머물 때 머물고 떠날 때 떠나며 어떤 상황에도 예속되지 않는다. 위기를 만나면 오히려 바위에 몸을 기대어 새로운 꽃을 피워낸다.

문리 작가는 “물은 거슬러 흐르지 않는다. 되돌아갈 길을 버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며 “굽이쳐 흐르는 과정이 힘들지만 그 안에서 더 큰 힘을 얻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말했다.

한편 문리 작가는 창작자이자 미술평론가, 연석산우송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파리와 서울, 대전, 전주 등에서 31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국제 예술교류 프로젝트 ‘우마 지도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이 있다.

문리, ‘동상별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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