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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나들이] AI 시대, 왜 다시 '인간의 숨결'인가?

인공지능(AI)이 소설을 쓰고 교향곡을 작곡하며 인간의 지적 영역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AI가 생성한 음악이 아무리 완벽하게 인간을 흉내 내더라도,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땀방울과 팽팽한...

황하연 대전국제음악제 추진위원장2026년 대한민국은 기술의 화려한 질주 뒤에 숨은 정서적 허기를 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소설을 쓰고 교향곡을 작곡하며 인간의 지적 영역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숨결'을 그리워한다. 클릭으로 완벽한 선율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정교한 소리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공허함의 정체는 무엇일까.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저술한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휴먼 인 더 루프'와 '근본이즘'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여기서 '휴먼인더루프'란 기술이 아무리 자동화되어도 과정의 핵심에는 반드시 '사람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추진력을 가진 '말(Horse)'이라면, 그 위에 올라타 올바른 방향으로 고삐를 당기는 '기수(Power)'는 오직 인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기술이 소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가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몫이다.우리는 지금 가짜가 범람하는 시대에 변치 않는 고전적 가치를 찾는 '근본이즘'의 시대를 살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할수록 사람들이 시간이 축적한 진정성과 '원조'의 안정감으로 회귀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란 복제 불가능한 원작만이 지닌 고유한 분위기를 뜻한다. AI가 생성한 음악이 아무리 완벽하게 인간을 흉내 내더라도,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땀방울과 팽팽한 긴장감 속의 거친 호흡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소리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주자의 살아있는 숨결이 공간의 파동을 통해 내 심장 박동과 공명하는 그 '단 한 번의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서다.특히 2026년의 마케팅과 소비를 지배하는 '제로 클릭' 현상은 이러한 음악회 실연(實演)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제로클릭이란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취향을 분석해 먼저 제안함으로써 '클릭'의 과정조차 생략되는 흐름을 말한다. 편리하지만 자칫 주체성을 잃기 쉬운 이 '선택 없는 선택'의 시대에, 스스로 공연장을 찾아 정통 클래식의 선율에 집중하는 행위는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능동적인 저항이자 가장 고결한 사유의 시간이 된다.대전이 음악의 불모지라 불렸던 시절 대전 음악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첫발을 뗐던 대전국제음악제는 이러한 '인간 중심의 가치'를 실천하는 장이다. 우리 음악제는 화려한 축제나 유흥이 아닌, 오직 소리의 본질에 집중하는 순수 클래식 연주회를 지향한다. 특히 독일의 크론베르크, 체코,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대전 출신 음악가'들이 중심이 되어 글로벌 음악계와 교류하며 대전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과학도시 대전이 지닌 기술적 정밀함 위에 대전 음악인들이 빚어낸 따뜻한 감성을 얹어, 대전을 '지능형 감성 도시'로 완성하는 것이 우리 소명이다.우리 사회는 이제 기능보다 기분을 중시하는 '필코노미(Feelconomy)' 경제로 진입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며, 더 나은 기분을 얻기 위해 기꺼이 지출을 결정한다고 분석한다. 고물가와 저성장의 파고 속에서 대전국제음악제가 선사하는 선율은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고결한 정서적 처방전이 될 것이다.지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폐기되지만, 음악을 통해 빚어진 통찰력과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감의 능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도올 김용옥이 지적했듯 "AI는 몸이 없고 감성이 없기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문화적 힘은 오직 인간만의 영역이다. 대전의 역량 있는 음악가들이 정성껏 준비한 이번 무대가, 기술의 파고에 지친 여러분의 삶에 다시금 뜨거운 생명력을 채워주는 이정표가 되길 소망한다. 이제 우리는 음악으로 대전의 영혼을 빚고, 그 안에서 가장 인간다운 위로를 나누어야 할 때다. 황하연 대전국제음악제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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