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명길 청주상당경찰서 청소년보호계 학교전담경찰관 경사
최근 주택가와 상가 곳곳에 아이스크림, 과자, 밀키트 등을 판매하는 무인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건비 상승 시대에 24시간 인력 없이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점주에게 큰 매력이다. 하지만 무인점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바로 무인점포가 좀도둑의 표적이 되면서, 경찰 행정력이 심각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점주가 가져가지만, 매장에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 해결은 온전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이 떠안고 있다. 혹자는 점주도 세금을 납부하니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소위 말하는 '기브앤테이크'도 어느정도 '상당성' 내지 '합리성'에 부합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권력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점주에게 직접 묻거나 강력한 자체 예방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 오하이오주 레이크우드나 워싱턴주 오크하버 등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만성적 골칫거리 부동산 조례(Chronic Nuisance Property Ordinance)'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조례는 특정 상가나 부동산에서 범죄나 무질서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경찰력이 과도하게 낭비될 경우, 해당 사업장을 '위해(Nuisance) 부동산'으로 지정한다. 사업주가 출입 통제 강화나 경비원 고용 등 자체적인 개선 노력을 하지 않고 공권력에만 의존할 경우, 시 정부가 사업주에게 경찰 출동 비용을 직접 청구하거나 무거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경찰력을 사설 경비원처럼 낭비하는 것을 막고, 치안 유지의 재무적 책임을 원인 제공자에게 지우는 강력하고 합리적인 제도다.
또한, 범죄의 원천 차단을 위해 '출입 장벽' 자체를 높인 사례도 있다. 미국의 아마존 고(Amazon Go)를 비롯한 해외 선진 무인 매장들은 신용카드 단말기를 거치거나 전용 앱의 QR코드 개인인증을 마쳐야만 매장 출입문이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한국의 무인점포는 아무런 제재 없이 누구나 24시간 드나들 수 있는 완전 개방형 구조가 대부분이다.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입장시키는 조치 하나만으로도 충동적인 우발적 절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음에도, 국내 점주들은 단말기 설치 비용 부담과 매출 감소 우려를 이유로 이를 기피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무인점포라는 새로운 상거래 형태에 걸맞은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무인점포 영업 신고 시, 출입 인증용 신용카드 단말기나 이상 행동을 감지해 자동 경고 방송을 송출하는 스마트 CCTV 등 최소한의 자체 방범 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무인점포의 수익이 점주의 몫이라면, 매장의 안전과 보안 유지에 드는 비용 역시 점주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귀중한 공적 자산인 경찰력이 무인점포의 경비원으로 전락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