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 美 통상 압박에...올해 4.3%에서 4.0%로
韓·日,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아 원자재 쇼크에 취약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수출 불확실성이 핵심 원인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소비 위축·투자 둔화 우려
일본 도쿄 시내.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지영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3%에서 4.0%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이같은 조정에 대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미국의 불투명한 통상 정책을 핵심 하향 요인으로 꼽았다.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면서 "무디스는 2027년 성장률 역시 3.6%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제 하방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6년 아시아 경제는 중동의 전쟁 향방과 미국의 입에 좌우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완전히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 제조 강국들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번 원자재 쇼크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 중동발 공급망 혼란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화학, 비료 등 기초 소재 가격까지 끌어올려 전체 산업 생태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관세 장벽을 다시 높이려는 움직임도 수출 중심인 아시아 국가들에게 큰 위협 요소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아시아 경제가 2026년에 들어서며 취약한 내수와 수출 모멘텀 둔화라는 이중고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그간 아시아 성장을 견인해 온 AI(인공지능) 반도체 붐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유가 폭등은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통제력을 약화시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수출 실적은 견조하지만, 수입 에너지 비용 상승이 경상수지 개선을 방해하고 내수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무디스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2026년 하반기에 성장률을 한 차례 더 낮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무디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수급 안정과 수출 시장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외 변수가 너무 강력하다. 일본은 엔저와 수입 물가 상승이 결합된 '악성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인도와 동남아 일부 국가는 상대적으로 내수가 탄력적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은 저소득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앗아가며 경제 전반의 수요 위축을 심화시키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비축유를 통해 단기 대응을 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원자재 고공행진을 버텨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국가별로 파편화하면서 아시아 수출 기업들은 복잡해진 통상 환경 대응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무디스는 "글로벌 무역 환경이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기업들의 투자 계획 철회 가능성을 우려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무디스의 이번 발표 이후 아시아 통화의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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