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빠른 비정형 파킨슨증
도파민 치료 반응 떨어져
의료·돌봄 획일적 운영 한계
맞춤형 통합 케어 구축 시급
파킨슨병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전혀 다른 경과를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다계통위축증 등 비정형 파킨슨증이다. 신체 기능이 빠르게 무너지지만 이를 감당할 돌봄 체계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와 가족이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 병명을 알기까지 여러 병원을 전전한 70대 A씨. 파킨슨병으로 여겼던 증상은 치료 효과가 없었다.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걷는 것도 식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갑자기 쓰러지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가족은 24시간 곁을 지켜야 했다. 말이 점점 어눌해지면서 의사소통도 어려워졌다. 간병비는 매달 수백만원씩 늘어났고 가족 전체의 일상이 무너졌다.
파킨슨병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전혀 다른 경과를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다계통위축증 등 비정형 파킨슨증이다. 신체 기능이 빠르게 무너지지만 이를 감당할 돌봄 체계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와 가족이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비정형 파킨슨증은 초기 일반 파킨슨병으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명 확인 이후에도 발병 후 수년 내 보행·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급격히 제한된다. 일반 파킨슨병과 달리 도파민 치료 반응이 떨어지고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증상 조절이 쉽지 않다.
파킨슨병과 다른 발생 기전···빠른 악화
이 같은 차이는 질환 발생 기전에서 비롯된다. 파킨슨병은 흑색질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해 도파민 치료에 일정 부분 반응한다. 반면 비정형 파킨슨증의 대표 질환인 다계통위축증은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신경계 기능이 함께 손상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질환 진행 속도도 더 빠른 편이다.
합병증 위험도 높다. 낙상·골절·폐렴·욕창 등이 반복되기 쉽고 연하장애로 인한 흡인성 폐렴 위험도 커진다. 단순 생활 지원을 넘어 지속적인 의료·간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돌봄 환경은 미흡하다. 현행 요양시설은 낙상·연하장애·자율신경 이상 등 신체 기능과 안전 관리가 핵심인 환자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환자는 가정 내 돌봄에 의존하게 된다. 신체 기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보호자의 상시 돌봄이 필요해지고 가족이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 이어진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비정형 파킨슨증은 도파민 기전이 중심인 질환이 아니라 다른 부위 손상 결과로 파킨슨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기존 도파민 치료 반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진행도 더 빠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 기능 저하가 빠르게 나타나고 인지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어 돌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돌봄 연계 부족···맞춤형 체계 시급
이 같은 돌봄 공백은 병원 치료 이후 환자 상태에 맞는 돌봄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철수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한국 노인 돌봄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와 돌봄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병원 치료 이후 환자에게 재활이 더 필요한지·요양원으로 가야 하는지·주간보호나 방문요양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연결하는 중간 단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병원 이후 중간 단계 시설에서 환자 상태를 평가해 요양시설·재활·재가 돌봄으로 연계하는 체계가 있지만 한국은 이 연결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요양원은 치료기관이 아닌 생활시설이라 파킨슨처럼 거동 기능이 계속 떨어지고 재활이 필요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지속 관리하기 어렵다”며 “물리치료사 1명이 100명 가까운 입소자를 담당하는 구조에서 특정 환자에게 재활과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법으로 맞춤형 통합 케어 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활·간호가 함께 이뤄지는 다학제 기반 관리가 필요하며 질환 특성을 반영한 돌봄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문제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현재는 시설과 서비스가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라며 “재활이 필요한 환자는 재활과 돌봄을 함께 받아야 하고 재가 생활이 가능한 경우에는 주간보호나 방문서비스와 연계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별도 전용 시설을 계속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양로시설 등을 기능 전환해 의료와 돌봄 사이 중간 단계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정형 파킨슨은 희귀질환 특성상 전문 재활 인프라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최호진 교수는 “질환별 환자 수가 적어 별도 전용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만큼 기존 재활·돌봄 체계 안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계통위축증= 자율신경계, 소뇌, 기저핵 등 뇌와 척수 여러 계통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파킨슨병과 비슷한 운동 증상 외에 어지럼증, 배뇨 장애 등 자율신경계 이상이 동반되며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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