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라과이라 지역 지진 피해 현장 /사진출처=IFRC
[환경일보] 베네수엘라 북부를 강타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 발생 사흘째를 맞아 생존자 구조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72시간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다. 사망자가 최소 920명으로 늘고 실종 신고도 5만1000명을 넘어섰지만, 중장비와 구조 인력 부족으로 수색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 현재 이번 지진으로 최소 920명이 숨지고 3300여명이 다쳤다. 실종 신고 명단에는 5만1000명 이상이 올라와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수도 카라카스 인근과 북부 해안 라과이라 지역에서는 건물 수백채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통신과 도로가 끊긴 지역도 많아 정확한 피해 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붕괴 건물 잔해에 매몰된 주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굴착기와 구조 장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잔해를 치우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일부 피해 지역은 구조 작업과 혼란 방지를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체계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지진 피해와 기존 시설 노후화가 겹치면서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의료용 가스와 마취제, 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 집을 잃거나 여진을 우려한 주민들은 거리와 공터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교외. 지진 발생 후 무너진 건물 잔해를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사진출처=UN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첫 지진은 지난 24일 오후 10시4분께 세계협정시 기준 베네수엘라 유마레 남동쪽에서 규모 7.2로 발생했다. 불과 39초 뒤 인근에서 규모 7.5의 더 강한 지진이 이어졌다. 규모 7.2 지진이 전진, 규모 7.5 지진이 본진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이중 지진’이다.
본진의 깊이는 약 10㎞로 비교적 얕았다. 얕은 지진은 지진 에너지가 지표에 강하게 전달돼 건축물과 기반시설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번 지진은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맞닿는 복잡한 판 경계에서 발생했다. 카리브판이 남아메리카판을 기준으로 매년 약 20㎜씩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베네수엘라 북부의 단층에 쌓인 응력이 한꺼번에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USGS는 지진의 위치와 깊이, 단층 운동 방향을 고려할 때 북부 해안을 따라 이어진 산세바스티안 단층계에서 지각이 수평으로 어긋나는 주향이동 단층 운동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규모 7.5의 지진은 점 형태의 진앙이 아니라 길이 약 150㎞, 폭 20㎞에 이르는 넓은 단층면이 파열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북부는 과거에도 강진 피해가 반복된 지역이다. 1967년 7월 카라카스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6.6의 지진으로 약 240명이 숨지고 여러 고층 아파트가 붕괴했다. 1900년 이후 베네수엘라 북부와 인근 해역에서는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모두 5차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7.5 지진의 진앙 위치. 진앙은 수도 카라카스 서쪽 내륙으로 표시돼 있다. /자료출처=UN
이번 지진은 규모와 피해 면에서 1900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 재난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도 구조대와 의료진, 구호물자를 보내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넓고 현지 교통·통신망이 불안정해 지원 물자가 현장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는 이번 지진으로 최대 676만명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 당국은 여진과 추가 붕괴 위험 속에서도 매몰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72시간이 지나면서 중장비와 전문 구조 인력, 의약품과 식수 등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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