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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들의 위기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픽셀트라이브의 '가디스오더' 업데이트 중단과 파산을 시작으로 최근 클로버게임즈의 법인 파산 신청, 하운드13과 웹젠의 퍼블리싱 분쟁까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초기 흥행 실패가 곧바로 운영 축소와 자금 경색,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취약한 생존 구조가 공통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시장에 충격을 준 건 픽셀트라이브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지난해 9월 출시한 모바일 RPG '가디스오더'는 출시 5~6주 만에 개발사의 자금·경영 문제로 업데이트가 전면 중단됐다. 수원회생법원이 지난해 12월 파산을 선고하면서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프로젝트는 좌초했다. 배정현 픽셀트라이브 대표는 출시 직후 긍정적 지표와 달리 사용자 수와 매출이 급감했으며, 신규 투자 유치와 구조조정 등 모든 방안을 검토했으나 끝내 파산 절차를 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클로버게임즈의 파산도 같은 경로를 밟았다. 2017년 설립돼 '로드 오브 히어로즈' 등으로 서브컬처 이용자 기반을 쌓아온 회사는 올해 2월 출시한 신작 '헤븐헬즈'의 흥행 실패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뒤 이달 초 법인 파산 신청서를 접수했다. '헤븐헬즈'는 출시 초반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으나 매출 순위는 140위권 밖에 그쳤다. 이용자 유입에는 성공했지만 결제 전환이 뒤따르지 않은 결과였다.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는 "최근 3년간 30억원 이상의 사재를 투입하고 임직원들과 사력을 다했으나 물리적 한계에 부딪혀 뼈아픈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운영 중인 게임 서비스는 5월 9일 전면 종료된다.
하운드13도 중소 개발사의 취약한 사업 구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에 있다. '드래곤소드' 프로젝트를 둘러싼 웹젠과의 퍼블리싱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계약 분쟁이지만, 그 배경에는 사업 지속 가능성과 퍼블리싱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운드13은 웹젠의 미니멈 개런티(MG)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2월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웹젠은 이후 잔금을 지급한 뒤에도 계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협의가 결렬되면서 하운드13은 '드래곤소드: 어웨이크닝'을 자체 퍼블리싱으로 스팀에 출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이 과정에서 인력도 160명 수준에서 50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들 사례를 관통하는 1차 원인은 초기 수익화 실패다. 모바일 수집형 RPG나 서브컬처 게임은 통상 출시 초반 2~4주가 최대 매출 구간으로 꼽힌다. 이 시기에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 업데이트·이벤트·서버 운영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헤븐헬즈'가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도 매출 140위권 밖에 그친 사례는 이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브컬처 장르는 캐릭터와 서사 몰입도가 핵심인 만큼 업데이트 방향, 이벤트 구성, 커뮤니티 대응 등 운영 전반에서 이용자와의 세밀한 소통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 소수를 제외하면 장기 흥행 사례가 드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 매출 확보에 실패하면 업데이트가 줄고 업데이트가 줄면 이용자가 이탈하며 이용자 이탈은 추가 매출 감소와 투자 유치 실패로 이어진다. 인력 유지도 어려워지면서 결국 서비스 중단이나 파산으로 귀결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 냉각·비용 부담, 대형사와 격차 확대
개별 작품의 흥행 실패 이면에는 거시 환경의 악화도 겹쳐 있다. 팬데믹 이후 게임 인구가 감소하고, 고금리 여파와 인공지능(AI) 분야로의 투자 쏠림이 맞물리면서 게임업계로 유입되는 외부 자금이 줄고 있다. 팬데믹 시기 상승한 인건비는 매출이 줄어든 이후에도 고정비로 남아 중소 개발사의 손익 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개발 효율화 경쟁에서도 중소 개발사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전담 조직과 투자 여력을 갖춘 대형 개발사는 AI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과 개발 속도 향상을 추진하는 반면 중소 개발사는 도입 비용 자체가 부담인 데다 활용 역량도 충분하지 않아 양측의 생산성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구조다. 자금 유입은 줄고 비용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대형사와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면 중소 개발사의 생존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흥행에 실패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자금 여력 자체가 대형사와 다르다"며 "투자가 끊기고 인건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서비스 종료 외에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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