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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몸 속을 누비는 AI로봇…의료 패러다임을 뒤집는다

“언젠가 AI 기반 마이크로의료로봇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이하 연구원) 원장은 지난 2일 <교수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몸 속을 누비는 AI로봇…의료 패러다임을 뒤집는다

독일 프라운호퍼식 혁신을 모델 삼아

대학과 연구소를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

기술 이전과 상용화의 벽 뛰어 넘는 도전

“언젠가 AI 기반 마이크로의료로봇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이하 연구원) 원장은 지난 2일 <교수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20세기 로봇공학자들이 AI를 로봇의 구성요소로 보았다면, 최근에는 AI가 중심이 되고 로봇이 그 구현 방식으로 재정의되며 ‘피지컬 AI’ 같은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 분야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인체 절개를 하지 않는 비침습적 치료를 지향하는 마이크로의료로봇과 AI의 결합이 미래 의료 패러다임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은 의료로봇 분야를 개척해 온 연구자다. 대장내시경 로봇부터 마이크로·나노 의료로 봇까지 선구적 성과를 이어오며 국내 의료로봇 발전을 이끌었다.

박 원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을 거쳐 전남대 교수(기계공학부)를 지냈다. 현재는 미스로보틱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출연연은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조직성과 기관 차원의 훌륭한 R&D 시설, 연구 인센티브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라며 “반면 대학은 교수의 개인적인 자율성은 높으나 열악한 연구 인프라와 낮은 연구 인센티브 제도를 지닌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성을 갖추고 연구를 잘하는 연구원을 이끌고자 한다. 다만, “실상은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가 가장 우선순위”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연구원은 미국 MIT의 미디어랩, 스탠퍼드대의 연구소,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모델로 삼아 2019년 설립됐다. 모두 독립적인 연구개발을 지향하는 조직이다. 연구원의 모토는 ‘의료 마이크로로봇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이다. 박 원장은 세계적으로 드문 시설과 조직적 연구 체계를 갖춘 선도 기관이라고 자평한다. 그는 “외국은 대부분 훌륭한 한 교수가 주도한 그룹인데 반하여 연구원은 이를 넘어선다”라며 “정부 연구자금으로 추진되는 단순한 창의연구를 뛰어 넘어 상용화까지 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가을 마이크로의료로봇 상용화 전용 클린룸, 동물사육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의료기기를 일정한 품질로 제조·관리하기 위한 기준)·GLP(Good Laboratory Practice: 동물실험 등 비임상시험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확보하는 실험 기준)·GCP(Good Clinical Practice: 임상시험에서 윤리성과 데이터 신뢰성을 보장하는 기준) 지원 시설을 갖추며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술의 성숙도 단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1~9단계까지 있다)5~TRL8 단계 상용화 연구 기반을 완성했다. 이로써 기초 연구개발(TRL3~TRL6)부터 기업과의 공동 상용화(TRL5~TRL8)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GMP·GLP·GCP는 연구·생산·임상 기준, TRL은 기술 상용화 단계를 의미한다.

30년 외길 인생...한국의 의료로봇 개척자

캡슐내시경·줄기세포 마이크로로봇 등 주도

박종오 원장

인류의 몸속을 누비는 초소형 로봇을 현실로 만든 과학자가 있다. (재)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을 이끄는 박종오 원장(만 70세)은 대한민국 의료로봇 분야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린다. 저널 논문 218편, 국내외 특허등록 256건이라는 숫자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응용 연구에 주목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 원장은 198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본격적인 연구의 길을 걸었다. 이후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로봇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며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켰다.

그의 업적은 선구적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의료로봇 분야를 개척해 왔다. 2001년 대장내시경 로봇을 개발한 데 이어, 2010년 혈관용 마이크로로봇 생체동물 실험, 2013년 의료용 박테리아 나노로봇 실험을 이끌었다. 또한 2020년 줄기세포 탑재 마이크로로봇의 무릎연골 재생실험을 성공하며 굵직한 성과를 쌓아왔다.

기술 이전 사례도 눈길을 끈다. 1991년 이형부품 자동삽입로봇(삼성전자)부터 지난해 카테터(catheter: 소화관·방광·혈관 등 몸 안의 관에 삽입해 체액을 빼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가느다란 의료용 관) 마이크로로봇 제어기술(포스윈)까지 성과를 냈다. AI 챗봇 전문기업인 포스윈으로부터 선급실시료 20억 원을 받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과 국제로봇연맹(IFR) 회장을 지내는 등 정책·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혁신장과 독일 프라운호퍼 메달 등 국내외 주요 훈·포상을 두루 수상했다.

인체 내에서 유연하게 변형 가능한 4D 로봇

지난해 가을에는 ‘AI 기반 4D 형태변형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박 원장은 “이 로봇은 빛, 수소 이온 농도의 지수(pH), 자기장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형태가 바뀌며 인체 내 치료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변형이 가능하다”라며 “이를 통해 필요한 약물을 전달하거나 로봇 형태로 확장할 수 있으며 또는 유영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규칙 기반 AI가 설계한 2D 패턴을 시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4D 구조로 자동 변환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연구원을 독일 프라운호퍼형 연구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연구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KIST 시절 독일 프라운호퍼 IPA(Institut für Produktionstechnik und Automatisierung)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지도교수였던 한스-위르겐 바르네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박 원장은 “연구보다 테스트가 먼저라는 철학을 현장에서 체득했고, 귀국 이후에도 낮에는 기업 현장을, 밤에는 연구실을 오가는 생활을 이어갔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20년 넘게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협력을 지속하며, 양국 연구진이 상호 방문하는 공동 연구 체계를 유지해 온 점도 현재 연구원 운영의 밑바탕이 됐다.

박 원장은 프라운호퍼 모델의 핵심을 ‘구조적 통합’에서 찾는다. 대학과 연구소를 별도의 협력 관계로 두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연구소장을 일치시켜 사실상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는 “그 모델은 산학연 협력을 제도적으로 묶어 연구개발과 기업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원에도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라는 점도 짚었다. 박 원장은 “이를 ‘오픈 플랫폼’으로 이해하고 상생 구조로 발전시키려는 취지지만, 실제 경험이 없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라며 “그럼에도 공감대를 넓히며 점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이다. AI와 비침습 치료를 결합한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에서, 기초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연구 인프라를 구축한 기관이다. 개별 교수 중심의 해외 연구와 달리, 조직적 연구 체계와 시설을 바탕으로 실제 의료기기 상용화까지 추진하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공학에서 가장 큰 난관은 상용화의 벽

그렇다면 인력 양성부터 기업 산학연계의 전주기 사이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공학의 목표가 실용화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결국 ‘상용화의 벽’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의료로봇은 인체를 다루는 특성상 기술적·윤리적 기준이 모두 높아, 연구개발 이후 단계에서 요구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박 원장은 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 의료, 마이크로의료로봇으로 연구를 확장해 온 과정을 언급하며, “모든 공학은 실용화가 목표지만, 그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실제로 해본 사람만 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은 인체 내부를 직접 다루는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등급을 요구받으며, 상용화 단계(TRL6~TRL8)를 넘기 위한 부담도 크다. 일반 의료기기보다 더 긴 개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구조 속에서 연구자와 기업 모두 인내를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기기 상용화에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캡슐내시경도 FDA 인증까지 13년이 걸렸다”라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 번 인증을 넘으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국제협력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

국제협력은 초기 연구 경력부터 지속해 온 중요한 축이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과 구체적인 연구개발 사업을 함께 수행하며 협력의 폭을 넓혀왔고, 단순한 공동연구를 넘어 새로운 연구 환경을 경험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다만 최근에는 협력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박 원장은 “과거에는 오프라인 중심의 국제협력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협력이 가능해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기계·전자 기반의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에서는 세계 선도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생체세포 기반 연구 역시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뒤처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계전자 방식의 마이크로의료로봇은 세계 선두 수준이라고 본다”라며 “생체 기반 분야도 다양한 원천기술 경쟁 속에서 우리 연구원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원의 지향점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은 몰입을 강조했다. 공학자로서 오랜 시간 자신의 영역을 지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의료로봇이라는 세분화된 분야에 30년 가까이 전념해 왔다는 점을 돌아봤다. 박 원장은 “마이크로의료로봇에 몰두해 온 지 벌써 30년이 된 것 같다”라며 “왜 분야를 넓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할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연구 분야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고, 그만큼 소중하다고 느낀다”며 “그 사실 자체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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