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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 최고’ vs ‘전쟁이 장난이냐’…‘콜옵’ 신작이 소환한 게임의 윤리
입력:
2026-05-30 17:20
수정:
2026-05-30 19:54
신작 ‘모던워페어4’ 北남침 배경
한국군 병사 시점…몰입 극대화
출처 액티비전
당신은 막 소대에 전입한 신병이다. 모처럼 소대원들과 서울 시내에 야간순찰을 나온 당신, 옆을 스쳐가는 민간인을 부러워하며 편의점에 들른 것도 잠시다. 느닷없이 굉음과 함께 서울 시내에 폭격이 시작되고 당신과 전우들은 생사를 가늠 못할 전장 한가운데 내던져진다.
세계 최대 1인칭 슈팅 게임 프랜차이즈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최근 발매한 신작 ‘모던워페어 4’는 가상의 북한 남침을 배경으로 삼아 화제가 되고 있다. 10월 23일 출시 예정인 이 게임은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에 북한의 미사일이 쏟아지며 전면전이 발발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국내 게이머들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개발사 인피니티워드는 전쟁이라는 가장 극적인 삶과 죽음의 긴장감을 다루기 위해 배경을 선택했다면서 자신들을 “엔터테인먼트 제품을 만드는 스토리텔러”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현실을 상업적 오락거리로 만드는 데 대해 일각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모던워페어4’가 기존 시리즈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엘리트 특수부대원이 아닌 평범한 징집병의 시선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트레일러는 일상적인 순찰을 돌던 젊은 한국 징집병들이 편의점에 들른 사이 침공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트레일러에서 플레이어는 한국군 ‘박 이병’의 시점이 되어 미군과 함께 전면전에 투입된다고 알려졌다. 국내 게이머들은 이러한 극사실주의적인 묘사에 열광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프랜차이즈의 무대가 한국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일뿐 아니라 익숙한 분위기와 일반 징집병의 서사가 ‘이보다 더 몰입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한편으로 뛰어난 몰입감은 끔찍한 현실과 맞닿아있기도 하다. 안보 공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윤리적 딜레마를 낳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셰필드대 한국학강사인 사라 손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전쟁을 오락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미군이 한국에 배치된 일부 미사일 방어 체계를 중동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엄혹한 국제정세는 게임 속 전쟁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게 만든다.
경쟁작인 ‘배틀필드 6’는 지정학적 논란을 피해 가상의 민간 군사 기업을 적으로 설정하여 안전한 길을 택하기도 했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2011년 발매된 ‘홈프론트’는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 한국을 묘사해 국내에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파워플레이: 비디오게임, 정치 그리고 글로벌 영향력을 위한 전투’의 저자 조지 오스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신작 역시 반발과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과거 ‘노 러시안(No Russian)’ 미션 등에서 전쟁 범죄와 테러를 묘사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도 있다. 테러리스트 일당이 러시아 공항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내용으로 게임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을 낳은 사건이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문화권의 회사가 남북한 간 충돌을 다룰 시 생길 수 있는 정서적 간극과 현실 왜곡 등 문제도 있다.
인피니티워드는 철저한 고증과 조사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개발과정에서는 방언 코디네이터와 문화 자문위원을 비롯해 군사 전문가와 탈북자 자녀까지 컨설턴트로 동원됐다.
인피니티워드는
사내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전용 채널을 만들어 일상과 군 복무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토리의 흑백논리를 피하기 위해 마을에서 탈북자를 무자비하게 쫓는 북한 독재 정권 소속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임무도 포함시켰다. 단순히 선악구도로만 인물을 나누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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