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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명백한 ‘농지 투기’ 아니면…관행적 임대차·휴경은 강제처분 유예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농촌 현지에서 흔히 관행처럼 이뤄지는 농지 임대차와 휴경 등에 대해선 강제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넘겨 임대차 등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방침이다.

20일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굴산사지 당간지주 앞에서 열린 강릉학산오독떼기 전승 행사에서 농민들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학산오독떼기는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노동요로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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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농촌 현지에서 흔히 관행처럼 이뤄지는 농지 임대차와 휴경 등에 대해선 강제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넘겨 임대차 등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방침이다.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농촌으로부터의 민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당정협의에서 이런 내용의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로 고령농 및 상속 농지 휴경 사례까지 농지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되자, 강제처분을 유예하거나 양성화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취지다.

현장의 혼란은 지난달 말 시행된 개정 농지법과 정부가 진행 중인 전수조사에서 비롯됐다. 개정 농지법은 농지처분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서 ‘의무’로 바꿨다. 자연재해 등 휴경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농지를 빌려준 사실이 확인되면 소유자는 1년 안에 땅을 처분하거나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처분 명령이 내려지는데, 따르지 않을 경우 매해 농지 가액의 2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며 “전수조사하고 농사를 짓는다고 땅을 사서 방치할 경우 매각 명령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법 개정까지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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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유예 조처가 그동안 밝혀온 ‘투기와 일반적 위반의 구분’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농지법 위반 사항을 ‘명백한 투기 및 중대한 불법 전용’과 ‘농촌의 관행적·경미한 위반’으로 나눠 처분을 달리하기로 했다. 농업인들이 편의상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 농지를 한명의 임차인이 모아 경작하는 경우 등은 현장의 관행적 임대차로 판단하고 강제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경우 처분을 미뤄주는 방식이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 농지도 대리경작자 지정이나 재산세 납부자의 농지은행 위탁을 허용할 방침이다. 고령 농업인이나 휴경 중인 농지,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방치 중인 농지는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다. 맹지나 경사지 등 경작이 어려운 곳도 농지은행에 맡길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경자유전의 원칙’(농지는 경작하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농촌 현장에 일손이 모자라게 된 점도 이날 조처의 배경으로 꼽힌다.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은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사람의 농지를 위탁받아 임대차 연결 및 태양광 발전 등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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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전용된 농지에 대해서도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야적장·야영장 설치 같은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의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적법한 전용 절차를 거쳤을 경우 설치할 수 있던 시설은 사후 신청으로 전용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부가 농지 취득이 투기 목적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농식품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사들인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 농업법인을 만들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 영위, 경매 등의 방식으로 농지 공유지분만 취득한 뒤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사례 등을 명백한 투기 사례로 거론했다. 이 경우엔 매각 명령 등 강제처분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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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 농지에 대한 강제처분을 유예하기로 한 것은, 전수조사가 강제처분으로 이어질 거란 농민 우려와 반발을 추석 전 다독이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앞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로 불편을 겪는 농업인분들도 계시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정부가 보완대책을 내놓은 이날도 공방을 이어갔다.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더는 농지조사와 관련된 사실 왜곡으로 농업인과 국민 여러분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반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설익은 정책부터 밀어붙이고 사달이 나면 예외와 유예로 덧대는 ‘선폭주·후수습’식 아마추어 국정”이라고 맞섰다.

정부는 보완대책 이행을 위해 연내 ‘농지이용 정상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정부가 농지법상 처분 규정을 강화하면서, 농촌 현장에선 헐값 매각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계기로 농지법상 임대차 규정, 위탁경영 규정 등에 대해 현실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방 소멸 시대에 변화한 농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농지법 전반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소작농에 대한 착취 등을 금지하기 위해 헌법에 수록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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