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유방 등 7대 암 진료 집중
2030년 전국 7위 암병원 목표
양성자 치료기 2029년 가동
환자 시간·경제·사회적 비용↓
임상·연구, 병원 문화로 조성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 구축
대형병원 수련한 인력 채용
시스템 효율·퀄리티 높일 것
고난이도 치료 연구 환경 구축
인문학 결합 환자와 관계 회복
3개 병원-2개 대학 연결 강화
‘지역 완결 의료’ 현실화 착착
배재훈 계명대 동산의료원장은 “7.7 암병원과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중심으로 지역 완결형 의료를 강화하고, 인문학을 기반으로 환자를 이해하는 사람 중심 의료와 연구 중심 병원 전환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7.7 암병원’과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앞세워 지역 의료 체계의 구조적 전환에 나섰다. 고난도 암 치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던 환자 흐름을 지역 내에서 흡수하고,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지역 완결형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병원 확장을 넘어 진료·연구·교육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 전략의 일환이다. 연구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과 인문학 기반 의료 철학을 접목해, 지역에서도 수도권과 대등한 의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월 취임한 배재훈 동산의료원장을 만나 동산의료원의 향후 비전과 전략, 역할을 들어봤다.
◇‘7.7 암병원’·양성자 치료기…수도권 의존 끊는 핵심 축
동산의료원의 전략 중심에는 ‘7.7 암병원’이 있다. 위·대장·간담췌·유방·갑상선·부인·비뇨기 등 7대 암을 중심으로 전문 진료를 집중해, 2030년까지 연간 암 수술 4천800건 이상을 달성하고 전국 7위권 암병원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배재훈 의료원장은 “지역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끝내겠다는 책임감에서 출발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장비는 2029년 말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인 양성자 암 치료기다. 동산의료원은 하버드 의과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활용 중인 ‘싱크로트론 기반 양성자 치료기’를 비수도권 최초이자 국내 세 번째로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장비는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고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소아암과 간암, 폐암, 두경부암 등 고난도 암 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산의료원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장비 도입이 아닌 ‘준비된 시스템 구축’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방사선종양학 의료진과 의학물리학자를 확보하고, 연수와 교육을 통해 치료 역량을 축적해왔다. 하드웨어와 이를 운용할 인력을 동시에 갖춘 점이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배 의료원장은 “양성자 치료는 장비만 들여온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핵심 인력을 확보하고 수년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동 첫날부터 수도권과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된 시스템과 전문 의료 역량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암병원 부지는 병원 정문 앞 왕복 12차선인 달구벌대로와 맞닿아 있으며, 장비 설치와 안전성 검증을 거쳐 이르면 2029년 말에서 2030년 초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해당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진단부터 수술, 방사선 치료까지 하나의 병원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치료 체계가 구축된다.
배 의료원장은 “지역 암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며 “환자들이 겪어온 시간적·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비용까지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단부터 고난도 수술, 최첨단 양성자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완결적 치료 환경이 조성되면 수도권 대형 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암 치료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중심 병원 전환…인재·시스템으로 경쟁력 구축
동산의료원은 진료 중심 병원을 넘어 연구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에서 출발한 논제를 연구로 확장하고, 그 성과를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핵심이다.
배 의료원장은 “임상과 연구가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연구가 의료원 전체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임상·기초·공학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 환경을 강화하고, 의과대학과 이공계 간 협력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를 조직 전체의 핵심 역량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평가 체계 정비도 병행한다.
교수진 채용 전략도 차별화된다. 동산의료원은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서의 수련 경험을 갖춘 인력을 중심으로 교수 채용을 진행하며, 단순 임상 능력을 넘어 연구 역량까지 갖춘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역시 중요한 축이다. 동산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전자의무기록(EMR)을 도입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음성인식 기반 EMR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병원 간 네트워크를 연계하고, AI·데이터 기반 영상 판독과 심정지 위험도 예측 시스템 등을 확대해 진료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효율과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동산의료원은 지난해 8월 미국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6단계 인증을 획득하며 AI·스마트병원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배 의료원장은 “AI와 자동화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도구”라며 “의료진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스마트병원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 결합 의료…‘사람 중심’으로 확장
동산의료원의 또 다른 축은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의료’다. 환자를 이해하는 태도와 소통 능력이 진료 결과와 만족도를 좌우하는 시대에서, 인문학적 접근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배 의료원장은 “의학이 질병을 분석하는 과학이라면, 환자의 삶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인문학의 영역”이라며 “환자를 단순한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는 공감 능력이 의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소통의 부재”라며 “인문학적 소양은 환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학은 의료진 교육과 조직 문화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 환자의 삶과 서사를 이해하려는 접근은 의료진의 공감 능력과 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이는 환자 만족도와 진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 의료원장은 저서 ‘내 몸에 커피, 내 안의 행복’을 통해 의료진의 일상 속 균형과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경직된 진료 환경 속에서 의료진 스스로가 여유와 에너지를 회복해야 환자에게도 치유의 힘이 전달된다”며 “인문학은 조직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환자를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은 동산의료원이 오랜 시간 이어온 ‘사람 중심 의료’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 1899년 제중원에서 출발한 동산의료원은 선교사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성장하며, 전국 최초 제왕절개 수술 도입과 간호 인력 양성, 여성 인턴 배출 등 한국 의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왔다.
단순한 성과를 넘어 환자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 변화였다는 점에서, 동산의료원은 일찍부터 의료의 방향을 선도해온 ‘메디컬 프런티어’로 평가된다.
배 의료원장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시작된 동산의료원의 정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그 정신 위에 혁신을 더해 한 차원 높은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완결되는 의료’…동산의료원의 방향성
동산의료원의 전략은 결국 ‘지역에서 완결되는 의료’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병원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수도권으로 집중돼 있던 의료 이용 구조를 지역 중심으로 재편하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암병원과 양성자 치료기 도입, 연구 중심 병원 전환, 인문학 기반 의료 철학이 결합될 경우, 지역에서도 고난도 치료와 연구, 환자 중심 진료가 동시에 가능한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환자들의 이동 부담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지역 의료 생태계 전반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산의료원은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진료 전 과정의 표준화, 중증·고위험 환자 관리 체계 고도화, 3대 특성화센터(모아·심장·암)를 전문병원 체계로 확대 개편 등을 통해 진료의 완결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환자의 경험과 목소리가 진료에 즉각 반영되는 환자 안전 보고 및 피드백 체계를 정비해 ‘가장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3개 병원과 2개 대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강화한다. 성서 본원은 중증 치료를 담당하고, 대구·경주 동산병원은 지역 밀착형 진료를 수행하며 역할을 분담한다.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은 인재 양성과 연구의 중심 축으로 기능하며 임상을 뒷받침하게 된다.
조직 운영에서도 변화가 추진된다.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 구조와 공정한 평가 체계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예정이다.
배 의료원장은 “의료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며 그 출발점은 환자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이라며 “127년간 이어온 지역민 중심의 책임과 헌신을 바탕으로, 환자 치유와 섬김이라는 본질을 지키며 지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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