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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머스크의 상상 '우주 데이터센터', 열역학의 '벽' 넘어 현실이 될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세계다보스포럼에서 우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AI 연산 폭증으로 패권 경쟁의 핵심이 전력난 해결에 있다면서다. 머스크의 구상은 단기간에 실현되기...

머스크의 상상 '우주 데이터센터', 열역학의 '벽' 넘어 현실이 될까

AI 수요 폭증으로 심각한 전력난에 머스크 승부수

태양광으로 전기 생산해도 우주에선 냉각 어려워

서버 반도체 등은 방사선 취약, 설비 정비도 난제

'라스트 마일' 지연 탓 초저지연 서비스 어려울 수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세계다보스포럼에서 우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건설 포부를 밝히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No-brainer)"이라 했다. 3년 안에 지상보다 저렴한 우주 DC를 만들겠다고 했다. 저궤도 위성에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공급하고, 그 위에 DC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연산 폭증으로 패권 경쟁의 핵심이 전력난 해결에 있다면서다.

머스크의 구상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끌어오더라도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 우주 환경 자체가 DC 운영의 난제이기 때문이다.

열은 어쩔 수가 없다?

열이 가장 큰 문제다. AI DC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전원 장치에 쓰인 전기는 전류 제어(스위칭) 등 과정에서 대부분 열로 빠져나간다. 1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가 1시간 쓰는 에너지는 약 3.6×10⁹줄(J), 열량은 86만㎉다. 지상에선 이 열이 공기와 물이 있는 거대 '열 저장고'에 넘겨져 처리된다. DC 서버들이 공랭 내지 수랭식으로 열을 식히는 것이다.

열용량(비열)식(Q=cmΔT)를 떠올려 보면 우주 DC의 난항 지점이 선명해진다. Q는 물체가 주고받는 열량, c는 비열, m은 질량, ΔT는 온도 변화다. 같은 열량 Q를 넣었을 때 온도의 변화는 주변 환경이 얼마나 큰 열용량(C=cm)을 갖느냐에 달렸다. 지상 DC는 공기와 물이 엄청난 질량과 비열을 제공한다. 주위에 열용량 덩어리가 깔려 있어, 같은 열량이 방출돼도 온도 상승 폭이 작게 유지된다.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인 우주는 정반대다. 우주 배경복사 온도는 영하 270도여서 절대 온도는 낮지만 열을 대류 할 공기 분자도, 냉각할 물 분자도 없다. 주변 환경의 열용량이 0에 가까운 셈이다. 물체 스스로 적외선 형태로 에너지를 내보내는 복사 말고는 열을 빼낼 방법이 없다.

복사는 단기간 많은 열을 빼낼 수 없다. 1㎡ 방열판이 60도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1시간 방출할 수 있는 열은 1MW DC가 1시간 뿜어낸 열량(86만㎉)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복사로 처리하려면 방열판 수천㎡가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10MW급 AI DC라면 축구장 여러 개 면적의 방열판이 요구된다. 머스크 주장처럼 우주 DC '냉방비는 0(비용)'이 아니라, 대규모 전기 패널과 냉각 패널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가깝다.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지난 2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우주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2, 3년 내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프캐너버럴=로이터 연합뉴스

열만 문제가 아니다. 지구 대기와 자기장 보호를 벗어난 궤도에선 태양풍과 우주선(cosmic rays)에 노출된다. 이로 인해 회로 일부가 비정상 동작하거나 칩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AI DC에 쓰이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나노미터(nm) 공정으로 생산된 구조여서 방사선에 취약하다. 이를 대비한 우주용 칩을 쓰는 경우 성능은 지상용 최신 GPU보다 떨어진다. GPU를 우주 DC에서 쓰며 고장 위험을 감수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우주용 칩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 "상업적 실현 어려울 수 있다"

정비와 업그레이드도 만만치 않다. 지상 DC는 장애 발생 시 기술자가 부품을 갈거나 최신 장비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우주 DC는 한 번 궤도에 올린 장비는 고장 수습과 부품 교체가 쉽지 않다.

우주 DC가 실시간 AI 서비스와 궁합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저궤도 위성과 지상국 사이 신호 왕복 시간(지연)은 수~수십 밀리초(ms·1,000분의 1초) 수준까지 단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 수치상 지상 통신과 엇비슷하다.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평균 지연 시간 범위(20~40ms)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주 DC 서비스 경로는 사용자 기기가 백홀(전송망), 지상국을 거쳐 우주 DC로 연결된 뒤 역순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될 공산이 크다. 지상국과 우주 간 지연이 적다 해도 지상국과 백홀을 거쳐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라스트 마일' 지연을 감안하면 초저지연 서비스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우주 DC에 보낼 만한 건 수십~수백ms 지연을 감당할 대규모 학습·배치 분석·특수 목적 연산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 재사용 등 상상을 현실로 바꿔온 머스크의 우주 DC 구상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끌어오고, 히트파이프와 방열판, 내방사선 칩으로 냉각을 쉽게 하고 방사선 영향을 줄이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낸 상장 등록 신고서(S-1)에서 "우주 궤도에 AI 컴퓨팅과 달·행성 간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구상은 초기 단계로, 기술이 복잡한 데다 검증되지 않아 상업적으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고서에는 "(DC는) 가혹하고 예측이 어려운 우주에서 오작동이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도 실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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