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총 6000조 돌파
역대급 풀릴 대기업 성과급
부동산 불패 신화 없다지만
돈 흐름 '학습 효과' 어쩌나
서찬동 논설위원
가히 한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6000조원을 넘었고, 삼성전자 노사는 '영업이익 15% 성과급'을 놓고 막바지 협상에 나섰다. 다음은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기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몇조 원이 누구 집 아이 이름도 아닌데, 요즘 회자되는 돈 단위는 죄다 '조원'이다. 그 무게감이 클수록, 돈의 흐름이 우리 경제를 어떻게 휩쓸고 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먼저 돈 냄새를 맡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매와 전월세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증시 활황과 성과급 여파가 불안한 이유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주식 자산 효과에 대한 평가'라는 보고서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증시에서 얻은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무주택자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 1원 발생 시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0.7원이 부동산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굳이 한국은행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이 '학습 효과'로 알 것이다. 증시 활황은 집값 상승의 선행 지표라는 것을.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면 '사자 수요'가 늘며 집값을 밀어 올리게 된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주택 소유자도 마찬가지다. 금융 자산이 늘면 상급지·고가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강해진다. 경제 성장률 상승까지 더해지면 경기 회복 신호로 인식되며 매수 기대가 더 커진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올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2.5%로 대폭 올렸다. 내수·설비투자·건설투자 등 대부분 경제지표가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미 주택 공급은 부족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는 자꾸 오르고 있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물론 적절성을 떠나 정부도 브레이크를 걸 수단은 있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개편, 금리 인상 등을 동원해 주식 자금이 부동산으로 흐르지 않게 제한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SNS에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없다"고 했지만, 주택 수요가 신화에 대한 믿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최근 10여 년간 국내 주택의 기대수익률은 월 0.20%로 0.09%인 주식의 두 배를 웃돈다. 해외 대도시와 비교해도 서울만큼 집값 상승률이 높은 곳은 드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1995년 주택 평균 가격을 100으로 볼 때 지난 30년간 런던이 480%, LA 420%, 뉴욕 380%, 파리 310%, 도쿄는 85% 올랐다. 그런데 서울은 550%로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6억8000만원 급등했고, 강남 3구만 따지면 13억8000만원이나 치솟았다. '신화'를 좇아서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으로 보는 것이 주택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 91조원에서 올해 630조원, 내년 906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몇 년 후면 두 회사의 성과급만 100조원이 넘을지도 모를 일이다. 감이 잡히게 금액을 비교하면 전국 고가 아파트 1위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가 23조원 수준이다. 고가 아파트 동네 반포동의 래미안원베일리·아크로리버파크도 각각 20조원이 채 안 된다. 대기업 성과급이 웬만한 아파트 단지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보면 대기업 성과급과 집값의 관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결국 장기적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를 꺾으려면 증시 수익률이 부동산을 앞서야 한다. 동시에 충분한 주택 공급도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더 큰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증시 활황과 성과급 잔치가 또 다른 '불패 신화'를 써 내려가기 전에 말이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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