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준 청주 양업고 교사
2027학년도 대학 입시는 겉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경쟁 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2027학년도 전체 모집인원은 약 34만5천717명으로 전년도보다 소폭 증가했고, 수시모집은 약 80% 수준을 유지하며 여전히 대입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시 모집인원 대부분이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선발된다는 점은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학생부 기록의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입시 현장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2027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반수생이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8만명대에서 9만 명대로 증가하던 반수 규모가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대학 신입생 10명 가운데 3명이 반수를 고민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이라기보다 제도 변화와 정책 신호가 결합해 만들어진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2027학년도는 현행 내신 9등급제가 적용되는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현재 체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이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5등급제로 전환되어 상위 10%가 1등급에 포함된다. 이미 높은 내신을 확보한 학생들이 제도 변화 이전에 상향 지원을 시도하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이 전년 대비 490명 늘어나고 향후 5년간 연평균 668명 증원이 추진되면서 수험 시장에서는 의대 진입 기회가 확대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원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탐구 과목 제한을 두지 않는 대학이 늘면서 사회탐구 응시자의 의치한약계열 지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한의대에서는 사회탐구 응시 비율이 70%를 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계열 간 경계가 약화된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점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교육을 지향하느냐에 있다. AI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교육 현장은 여전히 점수 중심 경쟁에 머물러 있다. 협업과 문제 해결 역량,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경험, 공동체 시민성은 입시 경쟁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기 쉽다. 의대 증원 논쟁 역시 숫자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의 질과 지역 의료 생태계,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반수 10만명 시대는 제도 변화가 학생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몇 명을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실패가 또 다른 도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교육 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충청매일 CCDN
충청매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