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대·미 금리 상승, 뉴욕증시 이틀째 하락
20일 한국 증시, 여행·항공 부담 속 반도체·정유·조선 온도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지상군 파병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원유 공급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유가와 미 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20일 한국 증시는 여행·항공을 중심으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2차전지·정유·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비용 압박과 업종별 온도차가 부각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3.70포인트(0.44%) 내린 4만6021.4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21포인트(0.27%) 떨어진 6606.49, 나스닥지수는 61.73포인트(0.28%) 밀린 2만2090.69에 각각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아살루예 정제시설 공습과 이란의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 보복 공격,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정유시설 피격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장 초반 뉴욕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장중 브렌트유가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무부의 긴장 완화·공급 확대 시그널이 전해지면서 낙폭이 일부 축소됐다고 미국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1.2% 오른 배럴당 108.65달러에 마감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2% 내린 96.14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변동성이 컸다. 중동 전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상호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공급 차질 우려가 고조됐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이 한국 등과 맺은 장기 LNG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아시아 수입국들의 불안을 키웠다. 미 국채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부각되며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3.96%까지 뛰었다가 3.79%에 마감했고, 10년물 수익률은 4.25%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성장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자극하며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메시지는 확전 자제와 유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란 석유·가스 시설 추가 공격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에 미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병력을 증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가스전에 대한 추가 공습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란의 핵연료 농축·미사일 생산 능력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해상에 묶인 이란산 원유 제재 유예와 미국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급 확대 방안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와 CNBC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고 전했다.
20일 한국 증시는 고유가·고금리·중동 지정학 리스크라는 3중 악재 속에 업종별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항공업종은 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연료비·운항비 부담이 커지면서 직격탄이 우려된다. 국제선 공급을 확대해 온 국적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는 유류할증료와 운임 조정을 통해 비용을 일정 부분 전가할 수 있지만,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기업 출장·인센티브 투어 수요와 일반 해외여행 수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외 리포트들은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할 경우 항공사 연료비 부담이 연간 수천억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해 여행·항공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반도체·2차전지 업종은 미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견조한 실적·수요 모멘텀이 맞부딪치는 구도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하락한 가운데에서도 서버·AI 관련 투자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대형주의 이익 전망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어 고유가·고금리 환경에서도 상대적 방어력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년물 미 국채금리가 3%대 후반까지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은 2차전지주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국내외 증권사 리포트들은 “반도체는 실적 상향에 힘입어 글로벌 변동성 속에서도 중장기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2차전지주는 수급과 이익 모멘텀 약화로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조선 업종은 고유가와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 속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영역이다. 정유사는 원유 도입 비용이 늘어나지만,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최근 국내외 매체들은 한국 정유사들이 중동 정세 긴장 이후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위험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는 급등 국면이 오면 수요 위축과 재고 관련 손실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유가 레벨과 정제마진 흐름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종은 LNG 운반선과 원유·가스 운반선 발주 기대가 교차하는 구도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해역의 긴장 고조 이후 한국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 수주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허브와 이란 가스전 시설 타격으로 LNG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체들의 중장기 수주 모멘텀은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가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격으로 한국 등과 맺은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수년간 '불가항력' 선언을 할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과 유가, 미 금리의 향방이 당분간 한국 증시와 실물경제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경우, 한국은행도 완화 전환을 서두르기 어려운 만큼 ‘고금리·고유가’ 조합이 길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지상군 파병을 부인하고 이란산 원유 제재 유예·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전면전과 유가 폭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과 주요 외신들은 “전쟁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 위험자산 투자 확대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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