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 전쟁 프리미엄 재확대, 원·달러 1507원…외인 6거래일째 13조원대 투매
구글 ‘터보퀀트’ 충격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락…코스닥은 제약·바이오 방어
코스피가 26일 미국·이란 종전 협상 불확실성과 반도체주 급락, 원화 약세·유가 불안 등이 겹치며 3% 넘게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1.75포인트(3.22%) 내린 5460.4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며 전장 대비 48.15포인트(0.85%) 내린 5594.06에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키우며 5400대 초반까지 밀렸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이 3조579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일부 방어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1099억원, 338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이 기간에만 13조1650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94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해 현·선물 양쪽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는 외교·군사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 포기와 미사일 사거리·수량 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대이란 제재 완화 등을 포함한 15개 항 종전안을 전달했지만, 이란은 “과도하다”며 직접 대화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요충지인 하르그섬(‘Kharg Island’) 점령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와, 미 해병·82공수사단 병력의 중동 추가 전개 보도가 이어지면서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단기 조정을 거친 뒤에도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1달러당 1507.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7.3원 올라 1500원 선을 재돌파했다.
여기에 글로벌 기술 악재까지 겹치며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구글이 전날 AI 모델 구동 시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터보퀀트(TurboQuant)’ 알고리즘을 공개하면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해외 시장에서 마이크론 등 메모리 관련주가 약세를 보인 데 이어, 국내 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직격탄을 맞으며 코스피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의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 증가 기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주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4.71%, SK하이닉스는 6.23% 급락했고, 현대차는 2.40%, LG에너지솔루션은 3.17%, SK스퀘어는 7.77% 하락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서는 KB금융만 1.74%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4.58%), 제약(0.27%), 통신(0.23%)만 상승했고, 전기·전자(-4.76%)를 포함한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2.91포인트(1.98%) 내린 1136.64에 마감했다. 지수는 1159.61(+0.01%)에서 강보합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하락 마감했다. 개인이 4847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007억원, 1340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삼천당제약이 3.86%, 알테오젠 6.28%, 에이비엘바이오 4.41%, 코오롱티슈진은 17.11% 급등하는 등 일부 바이오주가 방어 역할을 했다. 반면 2차전지·로봇 대표주인 에코프로(-3.50%), 에코프로비엠(-2.02%), 레인보우로보틱스(-7.77%)는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25조5860억원, 13조7650억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메인마켓 거래대금은 총 16조3904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미·이란 협상과 군사적 긴장, 유가·환율, AI 메모리 수요 우려까지 4중 악재가 겹치며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구간”이라며 “단기적으로는 5400~5600선에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유가·환율 안정 여부가 향후 외국인 매도 완화와 반도체주 반등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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