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는 등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제계·정치권을 막론하고 전략 재편이 한창이다. 서울와이어는 오는 15일 ‘불확실성 시대, 한국 경제 혁신전략’을 주제로 ‘제7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 2026)’을 열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또한 서울와이어도 이같은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이달 중순 제호 변경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에 맞춰 사명과 브랜드명 등의 변경이 실질적인 혁신 성과로 이어진 주요 사례를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제8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건설사들이 사명에 자사 주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 이름보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분양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시공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이제 건설업계에서 브랜드는 상품명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사명 바꾼 HDC현대산업개발, '브랜드=소비자 신뢰'
브랜드를 기업명 전면에 배치한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변경한 IPARK현대산업개발이다. 지난달 26일 기존 사명에 ‘아이파크(IPARK)’를 결합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명칭 교체에 더해 주택 사업에서의 전문성을 공고히 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쇄신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아이파크라는 브랜드 자산을 통해 '디벨로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설계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주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업 전반에서 브랜드 신뢰도가 분양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가운데 기업명에 브랜드를 직접 반영한 이번 결정은 시장과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가 선보이는 '오티에르 반포'. 사진=포스코이앤씨
◆‘하이엔드’ 투트랙 전략… 초격차 경쟁 가속화
대형 건설사들의 행보에서도 브랜딩 전략이 두드러진다. 기존 브랜드 외에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일반 브랜드로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하이엔드 브랜드로 수익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국민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통해 강남권과 주요 재건축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디에이치는 세계적인 건축가 협업과 단지별 특화 설계를 앞세워 ‘희소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롯데건설 역시 ‘롯데캐슬’과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LE-EL)’을 앞세워 고급 주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르엘은 호텔식 컨시어지와 첨단 보안 시스템을 결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의 ‘아크로(ACRO)’, 포스코이앤씨의 ‘오티에르(HAUTERRE)’ 등도 고급화 전략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수익 구조 변화가 있다. 일반 분양 시장이 금리 상승과 공급 부담으로 위축된 반면, 고급 주거 시장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하고 분양가 상승 여력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브랜드에 따라 분양 성과와 가격이 크게 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하이엔드 브랜드는 기업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건설업 특성상 안전사고나 품질 이슈가 기업 전체 이미지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해 상품 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를 분리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평택 고덕 우미린 프레스티지 투시도. 사진=우미건설
◆중견사 ‘강소 브랜드’ 열풍… 상품성으로 승부
중견 건설사들은 자신들만의 ‘강소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존 기업명이 가진 중견 이미지를 탈피하고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제일건설의 ‘제일풍경채’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례다. 최근 조경 특화 설계와 자연 친화적 콘셉트를 통해 ‘쾌적한 주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기존 중견사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우미건설은 ‘우미린(Lynn)’ 브랜드를 통해 기업명보다 브랜드를 먼저 인식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카페형 도서관 등 고품격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며 커뮤니티 시설과 주거 편의성을 강화하며 ‘살기 좋은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호반건설의 ‘호반써밋’,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 등도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중견사는 기업명보다 브랜드를 앞세워 합리적 가격 대비 높은 상품성을 내세워 실수요자 중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랜드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하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소비자 중심의 ‘정체성 재편’으로 해석한다. 이전에는 ‘시공 능력 순위’가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은 변화하는 시장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며 “브랜드 경쟁력이 곧 분양 성과와 직결되는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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