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기자〈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리더보드의 질문〉 김효주는 두 번 왔고, KLPGA는 두 번 내줬다
■ 넬리 코다도 질렸던 그 손끝, 오늘은 롯데오픈이었다
■ 1년에 두 번, 그런데 두 번 다 우승
■ 카톡 지운 소녀가 12년 뒤 세계랭킹 3위가 된 이유
■ 김효주 VS KLPGA, 리더보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김효주가 7월 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6회 롯데오픈 우승 뒤 조카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국내 대회 두 번 출전, 두 번 우승. 환한 미소 뒤로 KLPGA 리더보드에는 묵직한 질문이 남았다. 사진=KLPGA
김효주는 손님처럼 왔고, 주인공처럼 떠났다.
세계랭킹 3위 김효주가 7월 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KLPGA 투어 제16회 롯데오픈 우승컵을 들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 우승상금 2억1600만 원. 올 시즌 한국과 미국 투어를 합쳐 네 번째 우승이다.
숫자만 보면 흔한 우승 기사다. 그러나 문제는 횟수다. 김효주는 올 시즌 KLPGA 투어에 딱 두 번 나왔다. 두 번 다 우승했다. 승률 100퍼센트다.
■ 1년에 두 번, 그런데 두 번 다 우승
지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이번 롯데오픈. 김효주가 올해 국내 무대를 밟은 전부다.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완성했고,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밀어냈다. 이세희, 이다연, 유현조, 박예지가 끝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날 흔들린 건 김효주가 아니었다.
이번 대회로 김효주는 롯데마트 오픈, 롯데 칸타타 오픈,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롯데 타이틀이 붙은 주요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섰다. 세계랭킹 3위가 국내 무대에 들어와 흥행을 만들고, 우승컵까지 들고 떠나는 구도다.
■ 넬리 코다도 질렸던 그 손끝
이 장면은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난 3월 김효주는 세계 2위 넬리 코다를 2주 연속으로 무너뜨렸다. 포티넷 파운더스컵과 포드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코다를 제쳤고, 코다는 김효주의 퍼트를 보며 질렸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그 손끝이 이번에는 KLPGA 리더보드 위에 올라왔다. 결과는 같았다. 국내 투어는 그를 막지 못했다.
■ 카톡을 지운 소녀, 12년 뒤 세계 3위
2012년, 고등학교 2학년 아마추어이던 김효주는 한국, 일본, 대만 프로 무대를 흔들며 ‘프로 잡는 아마’로 불렸다. 2014년에는 KLPGA 4관왕에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그해 그는 연습 도중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이 싫어 앱을 지웠고, SNS도 함께 끊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SNS 계정은 없다. 팬카페 ‘슈팅스타’만 남아 있다.
2017년 이후 아이언이 흔들리자 그는 버티지 않고 무기를 바꿨다. 퍼팅에 집중해 2019년 LPGA 투어 퍼팅 1위에 올랐고, 2025년 퍼터를 다시 교체하며 감각을 되찾았다. 매년 2000만 원씩 소아암 환우와 유니세프 등에 이어온 기부도 끊이지 않았다.
■ 강행군 속 우승, 곧바로 프랑스행
이번 우승은 여유 있는 일정 속에서 나온 게 아니다. 김효주는 6월 말 미국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해 롯데오픈에 출전했다. 시차와 피로를 안고도 우승했다.
트로피를 든 채 다시 짐을 싼 그는 7월 9일부터 열리는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위해 프랑스 에비앙 레뱅으로 향한다.
■ 김효주 VS KLPGA, 리더보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김효주는 KLPGA를 이기러 오는 선수가 아니다. KLPGA가 더 이상 붙잡아둘 수 없었던 선수가 잠깐 돌아와 리더보드를 바꾸고 떠나는 것이다.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적인 선수를 많이 배출했다. 그것은 자랑이자 숙제다. 좋은 선수를 키워 세계로 보내지만, 그 선수들이 가끔 돌아와 흥행을 만들고 우승컵도 함께 가져간다.
KLPGA는 지금 스타를 키워 세계로 보내는 무대인가, 떠난 스타가 완성도를 확인하러 돌아오는 무대인가. 그 사이에서 새로운 국내 스타는 충분히 자라고 있는가.
두 번 출전, 두 번 우승, 승률 100퍼센트. 이 숫자는 박수이자 경고다.
김효주는 두 번 왔다. KLPGA는 두 번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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