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앞다퉈 내놓은 공약
상인회 “실현 가능성 높다” 기대
일부 기대에도 ‘선거용’ 일축 의견
옛 롯데백화점 마산점 인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우귀화 기자
“백화점 문 닫고 상권이 진짜 다 죽었어요. 후보들이 앞다퉈 이쪽을 살리겠다고 하니 그래도 조금 기대는 있어요.”
김민정(45)·이신우(46) 씨 부부는 29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았다. 인근 아파트에 살면서 간혹 이곳을 찾는다는 부부는 2년 전과 이 일대가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영업을 할 때는 백화점과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폐점한 백화점 인근 상점들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그야말로 휑하다는 것이다. 백화점 인근에는 임대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송순호 창원시장 후보는 ‘뉴마산2.0 플랜’을 함께 발표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이곳에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문화예술 청년 창업 메가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합천에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도 옮겨오겠다고 했다.
29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옛 롯데백화점 마산점 인근 한산한 마산어시장 모습. /우귀화 기자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강기윤 창원시장 후보도 백화점 건물에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인 경남신용보증재단, 경남투자경제진흥원, 경남관광재단, 경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4곳을 이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강 후보는 여기에 더해 창원시 마산청사를 이곳에 조성하고 오동동 행정복지센터, 마산장애인복지관, 한국방송통신대학 창원시학습관까지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냈다.
경남도교육감 권순기 후보도 경남교육청 제2청사, 교육연수원, 산하 기관 및 위원회 기구 등을 이전해 교육문화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앞다퉈 백화점 건물 활용 공약이 나오자 공약을 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상인도 있다. 새벽 4시부터 상인과 장 보러온 이들에게 밥 장사를 하는 송두년(71) 씨는 이날 오후 4시께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40년째 여서 분식집 하고 있는데 뒤 저쪽 저리는 식당 문 다 닫았어. 여기 빨리 뭐가 서야 우리도 되지. 막판까지 찍을 후보를 못 골랐는데 아무래도 여기에 뭐라도 채워줄 후보를 찍을라고예.”
백화점 앞 택시 정류장에 택시 석 대가 서 있다. 예전에는 택시가 줄줄이 섰던 자리다. 택시기사 김영철(63) 씨는 “10년 넘게 손님 태우던 자리라 그래도 계속 이쪽에서 손님을 기다린다”면서 “공약이 실현되면 진짜 좋겠지만 잘 될까”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인근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백화점 활용 공약을 두고 ‘선거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백화점 건물 매매가가 400억 원이 넘는데 껍데기 두고 안에 다 바꾸면 몇 백 억 원이 더 든다”면서 “김경수 후보는 중앙 정치를 꿈꾸고 박완수 후보는 집권 여당이 아닌데 힘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29일 옛 롯데백화점 마산점 인근에서 48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수용 씨가 백화점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우귀화 기자
백화점 앞에서 48년째 비닐, 음료수 등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조수용(75) 씨는 상인들이 바라는 것은 공공기관 유치가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조 씨는 “하루 1500명 정도였던 백화점 앞 유동 인구가 한순간에 다 사라졌는데 공공기관이 들어온들 상인들한테는 점심 장사 정도 밖에 안된다”면서 “상업 공간이 아니면 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어시장에서 그릇 가게를 하는 정경희(66) 씨도 “우리는 다 아울렛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공공기관은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복집을 운영하는 박 모(60) 씨도 “여당이 아무리 백화점 활용 공약을 내도 70~80대 어르신들은 확고하게 기존 지지 정당에 표를 찍어준다고 한다”면서 “2년째 문 닫고 그대로인데 이제와서 공약낸다고 바뀌겠느냐는 정서가 크다”라고 꼬집었다.
옛 백화점 상권이 있는 오동동이 포함된 창원 자 선거구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견고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창원시의원 후보에게 각각 37%, 19% 등 총 46% 지지를 보냈다.
천태문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여야 후보 모두가 백화점을 살리겠다고 나서면서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여야 도지사·창원시장 후보가 모두 마산어시장 자체 방송에까지 출연해 공약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이날은 박완수 도지사가 마산어시장을 찾아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 회장은 “백화점에 공공기관이 들어서면 마산어시장이 살아나는데 도움이 되고 해양신도시까지 잘 조성되면 그 혜택이 다 지역민에게 돌아가지 않겠나”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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