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형 내다이아프램’·‘타공 원형강관’ 적용
"시공성·구조 안전성·경제성 확보 및 공기 단축"
근입부-구멍이 뚫린 원형강관 / 사진=롯데건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공사기간 단축이 사업성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이 고층·대심도 건축 현장의 시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합성기둥 신공법을 확보했다.
공사비 부담과 고금리 여파로 조합원 금융비용이 커지면서 단순히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전하게 준공할 수 있는지가 시공사 선정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포스코이앤씨, 효성중공업, 덕암테크와 공동으로 개발한 ‘ES-Col(Earthquake Strong-Column·선기초 기둥 일체화) 공법’이 국토교통부 건설신기술 제1044호로 지정됐다고 15일 밝혔다.
ES-Col 공법은 건물 기초 하부에 묻히는 근입부와 상부 기둥부를 일체화해 하중 전달 체계를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합성기둥 공법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콘크리트 충전 불량, 접합부 시공 난도, 기둥 수직도 확보 문제 등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술의 핵심은 기둥 내부에 적용한 ‘사선형 수직 내다이아프램’이다. 내다이아프램은 합성기둥 내부에 설치되는 보강재다.
롯데건설은 보강재를 사선 형태로 배치해 콘크리트 타설관을 내부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콘크리트가 막힘없이 채워지도록 해 기둥에 가해지는 응력을 분산시키고 접합부의 구조적 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근입부에는 기존 H형강이나 박스형 강재 대신 구멍이 뚫린 원형강관을 적용했다.
원형강관 중간의 전단홀을 통해 철골과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결합되도록 하고, 기둥을 심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흐름을 원활하게 해 수직도 확보가 쉽도록 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따르면 ES-Col 공법은 기존 공법 대비 공사비를 최대 15%, 공기를 최대 4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건설은 이번 공동 개발에서 시공성 및 경제성 평가와 구조 안전성 검증을 맡았다. 포스코이앤씨는 강재 설계와 지하 시공 분야를, 효성중공업과 덕암테크는 원천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을 담당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ES-Col 공법은 건축물이 고층화·복합화되는 건설 환경에서 시공 품질과 구조 안전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물량 절감을 통한 경제성 확보와 공기 단축 효과가 큰 만큼 향후 롯데건설이 진행할 프로젝트에 해당 신기술 적용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공기 단축이 수주 경쟁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서울 강남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최고 68층 규모의 ‘아크로 압구정’ 공사기간을 57개월로 제시했다. 이는 조합 원안 공사기간인 63개월보다 6개월 짧고 경쟁사인 현대건설이 제시한 67개월보다 10개월 짧은 수준이다.
DL이앤씨는 공기 단축의 근거로 지하공사 공법 일원화, 코어선행공법, BIM(건축정보모델링) 기반 공정 검증, 글로벌 전문기업 협업 등을 제시했다.
지하공사는 순타 방식으로 통일해 공정 간섭을 줄이고, 지상 공사에는 코어를 먼저 세운 뒤 외곽 구조를 확장하는 코어선행공법을 적용해 골조·외장·설비 공정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도 앞서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공기 단축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기존 57개월 공사기간보다 8개월 줄인 49개월 공사기간을 제안했다.
건설사들이 공기 단축을 앞세우는 배경에는 정비사업 수익구조 변화가 있다.
공사비 상승,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안, 인허가 지연,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과 시공사 모두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브랜드·설계·금융 조건에 더해 ‘정해진 기간 안에 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무리한 공기 단축은 안전·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고층·대심도 공사는 지하 굴착, 골조, 외장, 설비, 피난, 소방 공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만큼 단순한 일정 단축보다 검증된 공법과 공정 관리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 단축은 조합원 입장에서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분명한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초고층·대심도 사업에서는 일정 자체보다 그 일정을 뒷받침할 공법과 시공관리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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