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 끝났다…'김범석 독점' 거버넌스, 혼란 불가피
복잡한 쿠팡 계열사 내부거래, 공시 통해 스스로 밝혀야
4조원 달하는 특수관계자 비용 처리 내역의 '디테일'은?
사법리스크 대두…관련 소송과 시민단체 고발 쏟아질 듯
2022년 7월 8일 전 세계 정보기술(IT), 글로벌 미디어 업계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The Allen & Company Sun Valley Conference)'에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사진=쿠팡 뉴스룸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쿠팡의 지배구조에 균열이 일게 됐다.
공정위의 이번 '동일인' 지정은,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지만 책임은 제로였던 '검은 머리 미국인'의 무책임 경영에 법적 굴레를 씌운 역사적 결정이다.
공정위는 이날 발표에서 현장점검 결과를 밝히면서, 김범석 의장이 미국 법인인 쿠팡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책임 회피는 끝났다…김범석이 처한 3개의 시나리오
관건은 이제부터다. 김 의장이 마주해야 할 시나리오는 완전히 열려 있다.
먼저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됨에 따라, 쿠팡은 김 의장 자신과 친족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 및 국내 계열사 간의 복잡한 내부거래를 낱낱이 공시해야 한다.
쿠팡은 그동안 델라웨어주의 비밀 유지권을 방패 삼아 해외 법인 간의 자금 흐름을 은닉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제는 김 의장이 지배하는 계열사 간에 부당한 일감을 주고받았는지, 김 의장 스스로가 사익을 편취했는지를 공정위와 사법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6년간 줄기차게 지급해온 특수관계자 비용의 실제 내역도 관심을 받고 있다. 2020~2025년간 쿠팡이 쿠팡 Inc 등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한 비용을 더하면, 총 3조9465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0일 나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IT 유지보수와 경영자문 등 '용역비' 형태를 활용해 2020년 1503억원, 2021년 3564억원, 2022년 4765억원, 2023년 6045억원, 2024년 9390억원, 2025년 1조4198억원을 특수관계자 비용으로 처리했다.
비용 처리 명목인 '용역비'는 산정기준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세무당국이 적정성을 판단하기 힘들다. 정상적인 비용 인정 요건은 ▲실질적인 업무 관련성 여부 ▲거래근거·계약서 등 객관적 증빙이다.
향후 김 의장 자신과 친족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 및 국내 계열사 간의 복잡한 내부거래가 공시되어 밝혀지는대로, 용역비 산정기준과 특수관계자 비용 처리 내역까지 드러날 전망이다.
또 한가지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김 의장의 독단 경영이 불러올 사법 리스크다.
이번 동일인 지정은 김 의장이 '미국인 유통 혁신가'라는 예외적 지위를 내려놓고, 한국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총수로서의 책임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계기가 됐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동일인 지정을 기점으로 '친족 사익편취' 관련 소송과 시민단체의 고발이 쏟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면죄부를 받아온 김 의장의 플랫폼 권력이 법적 책임의 도마 위에 오르는 셈이다.
◇ 김범석이 독점해온 쿠팡 거버넌스, 물음표 찍혔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운영, 주주와의 관계, 법적 책임 이행 등 기업 의사결정 체계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는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김 의장이 독점해온 쿠팡의 거버넌스가 계속 이어질지 의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으로 김범석 의장이 처할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 될 것"이라며 "미국 상장사, 델라웨어 법인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법대로 해왔다'를 고수해온 쿠팡의 경영 방식이 이제는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행정소송을 가더라도 재판부가 김범석 의장의 편이 되어줄 가능성 보다 정부측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지금까지 김 의장이 누려온 플랫폼 권력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행정소송 전후 여러 과정에서 발생할 '거버넌스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김범석 의장의, 김 의장을 위한, 김 의장에 의한 쿠팡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쿠팡 입장에선 행정소송을 갈 수 밖에 없겠지만 국민 여론을 어떻게 돌려놓을지 고심하고 숙고해도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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