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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인사이드] 반도체의 위력, 삼성시가 되려했던 화성시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6.04.17 12:59
ㅣ 수정 : 2026.04.17 12:59
연쇄살인 이미지 벗고자 삼성시로 도시명 변경추진
안산 부천 인구까지 흡수, ‘반도체 블랙홀’
2020년 10월 28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운구차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 기자]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즉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는 삼성 이건희 선대회장의 '압도적 세계 1위', ‘초격차’ 집념에 따른 투자가 집중된 곳이다.
2020년 10월 별세한 이건희 회장은 장지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곳,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들렀고 임직원 1만여명이 손에 국화꽃을 들고 배웅했다.이후 이재용 회장이 최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에 대한 시설투자를 늘리면서 현재는 평택캠퍼스가 삼성전자의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가 됐다.
동탄신도시를 처음 만들 때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의 분양신청이 미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수원보다 훨씬 남쪽에 있는 위치상의 불리함과 화성이라는 소재지 문제도 크게 작용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1980년대 이곳에서 발생한 10여건의 연쇄 부녀자 강간살인 사건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며 화성이 유명세를 탔다.
화성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화성=연쇄살인’으로 인식됐다. 화성 사람들은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얼버무리거나 “수원”이라고 대답했다.
1987년 대통령선거때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화성군청이 있던 오산읍을 따로 떼어내서 오산시로 승격시키는 공약을 내걸었다. 화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오산 주민들은 이 공약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동탄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자리 잡은 뒤, 화성시 의회는 연쇄 살인사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도시의 이름 변경을 논의했다. 그때 후보로 올랐던 것이 ‘삼성시(三星市)’였다. 일본에서 토요타자동차 회사가 있는 도시가 이름을 토요타시로 바꾼 사례를 따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화성시의 삼성시 변경은 뿌리깊은 반기업, 반재벌 정서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정 정당 소속 시의원들과 지역 언론이 반대에 앞장섰다. 그래도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삼성시에 찬성했다.
현재 화성시는 경기 남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가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 1만 3000명이 일하는 현대차연구소(남양연구소), 기아차 공장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화성에 사업장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납품을 노린 외국기업까지 몰려왔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물론, 수만가지 자동차 부품제조업체들이 공장을 차렸다.
역대 경기도지사들 마다 자랑하는 해외투자 유치 실적은 실상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인한 것이다. 경기도지사들이 해외 투자유치 출장을 가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그쪽에서 빠지지 않고 묻는 것이 “삼성이나 현대차 오너를 잘 아느냐”였다.
2010년 50만명을 돌파한 화성시 인구는 지난 3월 주민등록 기준으로 99만 5000명, 1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화성으로 몰리는 바람에 인근 안산시와 부천시는 2년전 국회의원 총선때 선거구가 하나씩 없어질 정도로 인구가 감소했다.
화성 뿐 아니라 삼성의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선 평택시 인구도 2015년 46만명에서 지난 3월 기준, 61만 5000명으로 폭증했다. 남북이 긴 경기도에서 평택은 오랫동안 충남과 닿은 최남단 오지(奧地)였다.
경기도 이천시의 SK하이닉스 공장 인근 상가는 조그만 식당의 월세가 서울 강남 못지않고, 직원들이 회식을 하는 고깃집 매출액은 서울 서초동 교대앞의 유명 식당을 상회한다.
1989년, 화성을 ‘촌’으로 남겨두고 오산읍이 시로 승격할 때 주민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오산은 화성의 베드타운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땅값과 아파트 값, 상권도 오산은 동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과거 오산 사람들은 인근 화성군 사람들이 읍에 나오면 “촌놈들 왔다”면서 구박, 텃세를 부렸다. 하지만 현재 오산에는 백화점, 호텔이 없어 쇼핑이나 결혼식을 하려면 화성으로 나가야 한다. 자녀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쯤 되면, 교육 때문에 이사를 가야하지만 아파트 가격 차이로 엄두를 못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 군수 등 단체장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지역을 발전시킬 전략, 공약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때 시·도지사, 광역단체장들 마다 앞다퉈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슈퍼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반면, 화성이나 용인, 평택은 하늘에서 그냥 돈벼락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반도체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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