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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로봇이 드디어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

뉴스에 나오는 첨단 로봇 모습과 달리, 생산 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로봇은 반복 작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로봇은 정해진 경로만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직원’과 같아서, 작업 대상의 위치가 조금만 틀어지거나 부품의 형상이 바뀌면 사람이 일일이 다시 세팅해야 한다.

로봇이 드디어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

[스타트업 취중잡담] 로봇 자동화 플랫폼 위넥트 개발기

위드포인츠의 조동균 대표. /더비비드

뉴스에 나오는 첨단 로봇 모습과 달리, 생산 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로봇은 반복 작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로봇은 정해진 경로만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직원’과 같아서, 작업 대상의 위치가 조금만 틀어지거나 부품의 형상이 바뀌면 사람이 일일이 다시 세팅해야 한다. 이러한 고충은 조선소나 건설 현장처럼 규모가 크고 비정형적인 작업이 많은 곳에서 더욱 커진다.

스타트업 ‘위드포인츠’는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에 인간의 눈과 판단력을 심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위드포인츠의 조동균(43) 대표를 만나 눈 달린 로봇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서 들었다.

잘 나가던 삼성 엔지니어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

위드포인츠는 3D 비전 처리와 로봇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 현장 자동화 솔루션 위넥트(WENECT)의 개발사다. 위넥트를 설명 중인 조 대표./더비비드

2019년 창업한 위드포인츠는 3D 비전 처리와 로봇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 현장 자동화 솔루션 위넥트(WENECT)의 개발사다. 위넥트를 도입하면 로봇이 시각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해 비정형적인 작업도 알아서 수행한다. 로봇 자동화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위넥트는 조선소 용접 작업, 자동차 부품 검사 작업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위드포인츠는 위넥트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위드포인츠의 조동균 대표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에서 영상 처리와 3차원 복원을 전공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창업 전 삼성중공업 중앙연구소에서 약 9년간 3차원 측정 및 분석 연구를 했다. 센서로 사물을 형상을 3D로 복원한 뒤 구조물에 결함은 없는지, 제작이 잘 됐는지 분석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위드포인츠 팀원 단체 사진. /위드포인츠

실력 있는 엔지니어였다. 재직 중 삼성그룹 논문상을 시작으로 삼성중공업의 크고 작은 상을 휩쓸었다. “삼성그룹 논문상 발표 심사 날, 여러 계열사 연구원들이 한 공간에 앉아서 한 명씩 발표를 했습니다. 저 혼자 삼성중공업 소속이었고, 대부분이 반도체 등 유명한 계열사 출신이었습니다. 제가 ‘20~30미터짜리 대형 구조물을 0.4mm 수준으로 복원, 분석한다’고 발표했더니, 평가위원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어요. ‘나노도, 마이크로도 아니고, 밀리미터?’라며 어이없어 했죠. 그래서 ‘저 정도 크기의 대상물에서 0.4mm는, 반도체 웨이퍼 기준으로 치면 3~4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정밀도입니다’라고 설명했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결국 그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업력이 쌓을수록 3차원 복원 기술이 조선업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창업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이 기술은 대형 구조물 형상 분석뿐만 아니라 검사, 조립, 용접 자동화 공정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화장품, F&B 같은 산업군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해 보였고요. 다양한 상을 휩쓸었던 2019년 3월, ‘박수 칠 때 떠나자’며 정든 직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바로 창업했습니다.”

완전 자동화의 마지막 퍼즐, 로봇의 ‘눈’

용접 자동화 현장. /위드포인츠

조 대표는 로봇 공정이 완전 자동화되지 못하는 이유에 주목했다. “로보틱스 기술은 고도화되고, 로봇 도입이 필요한 현장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 공정’은 아직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사람이 보고 판단해야 하는 작업이 많거든요. 용접이나 품질 검사처럼 숙련이 필요하고, 반복적이고, 위험하기까지 한 일들이요. 사실 로봇은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에 가깝습니다. 변수가 조금만 달라져도 사람이 입력 값을 바꿔야 합니다. 이런 방식은 로봇이 공장에 처음 등장한 3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약간의 오차나 변화를 고려할 줄 아는 능동적인 로봇은 존재할 수 없을까. 그는 로봇이 볼(see)줄 알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로봇이 힘든 노동을 대신하려면 사람처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3차원 복원, 분석 기술로 로봇에 눈을 달아주는 일을 해보기로 했어요.”

창업 초기에는 기술의 활용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했다. 가장 이색적인 사례는 축산 분야다. “유명 식품 기업의 요청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는 돼지를 3D 카메라로 실시간 스캔해서 0.1초만에 체중과 체형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먹이통에 연결해 생애주기 동안 적정 체중을 유지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죠.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농장을 오가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움직이는 피사체를 고속으로 측정한 경험이 기술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숙련 인력 사라지는 공장, 로봇이 빈자리를 채우도록

검사 자동화 공정을 진행하는 모습. /위드포인츠

이후 건설업, 조선, 로보틱스,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군과 협력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그렇게 위넥트 세계관을 완성해 나갔다. “위넥트는 3D 비전 처리와 로봇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자동화 플랫폼입니다. 상용 로봇 옆에 설치한 3D 카메라가 인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어떻게 작업할지 판단해 로봇의 움직임을 생성하는 두뇌 역할을 합니다. 시중의 웬만한 로봇 및 3D 카메라와 호환되기 때문에 범용성이 좋습니다.”

눈을 가린 채 매뉴얼대로만 팔을 휘두르던 로봇에 안경을 씌워, 제품의 위치나 형상이 조금 달라져도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용접을 예로 들게요. 같은 물질로 용접을 해도 바닥인지, 천장인지, 수직 공간인지에 따라서 입력값을 달리해야 합니다. 이전까지는 용접 대상의 특성에 따라 일일이 용접 조건을 다르게 설정해야 했습니다. 로봇을 쓰는데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곤 했죠. 위넥트를 도입하면 AI가 공간의 특성을 곧바로 이해해서 별도의 티칭(teaching) 없이 로봇 용접이 가능합니다.”

위넥트 UI 화면. 다양한 공정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위드포인츠

조 대표는 위넥트가 제조업 숙련 인력 감소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소에서는 숙련된 용접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미세한 불량을 사람 눈으로 일일이 잡아야 하는 한계가 있어요. 저희 기술은 이런 작업을 로봇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합니다. 사람이 반복적으로 눈으로 봐야 하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투입할 수 있어요. 제조업 인력 공백을 채울 만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눈 달린 로봇’ 아이디어에 대기업도 열광

위드포인츠는 다양한 대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더비비드

다양한 기업이 ‘눈 달린 로봇’ 아이디어에 열광했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현대삼호중공업 같은 조선 3사, 현대자동차·기아, 성우하이텍 등의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건설과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신규 파트너로 확보했다.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도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벤처생태계의 인정도 받았다. 2025년 퓨처플레이, 크릿벤처스, 위벤처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52억원이다. 최근에는 디캠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배치 6기’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원된 서울 사무공간을 거점으로 채용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보다 다양한 산업 현장에 도입할 수 있는 위넥트 원(WENECT ONE)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겁니다. 3~4년 뒤 기업공개(IPO)가 목표예요. 매출도 탄탄하고, 해외 지사까지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의 시점에 상장하려 합니다. 저희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서 조선업이나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어떤 현장이든 자동화가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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