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노조, 21일부터 총파업 돌입
생산 중단보다 성과 배분·인건비 구조가 새 쟁점
AI 메모리 호황기, 공급망 리스크 프리미엄 커지나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총파업 하루 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의 관심이 '라인이 멈출 것인가'에서 '비용구조가 흔들릴 것인가'까지 옮겨가고 있다.
파업이 곧바로 대규모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 국면에서 삼성전자의 파업이 실제 변수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새롭게 반영해야 할 리스크 프리미엄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노조는 수락했지만, 사측은 수락 여부를 유보하고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예정대로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배분 구조에 가깝다. 노조는 연간 상여금 50% 상한 폐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 사측은 적자 사업부까지 과도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갈등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를 둘러싼 충돌인 셈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예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산 차질보다 먼저 떠오른 비용구조 리스크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이 곧바로 멈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연속 가동 체제로 운영되고, 법원도 일부 생산시설의 필수 인력 유지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파업 중에도 7000명 이상의 필수 인력이 출근해야 한다고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파업이 실제화됐다는 점은 공급망에 다른 신호를 준다. 지금까지 시장의 초점이 '공장 셧다운 여부'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파업 참여율과 지속 기간, 핵심 공정 인력 이탈, 유지보수 지연, 수율 관리 부담 등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반도체 생산은 웨이퍼 투입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시간이 길기 때문에 단기 파업의 영향은 즉각적인 출하 감소보다 공정 운영의 완충력 약화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총파업 시 삼성전자 손실 규모만 해도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메모리 사업은 평균판매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인건비와 성과급 변동은 생산 리스크를 넘어서 비용까지 흔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사진=연합뉴스
◇AI 메모리 고객사, '납기 신뢰'까지 본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파업은 단순한 국내 노사 이슈를 넘어선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D램 공급의 3~4%, 낸드 공급의 2~3%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실제 생산 차질이 이 수준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미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는 작은 불확실성도 가격과 재고 전략에 반영될 수 있다.
특히 AI 서버 수요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용량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고객사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것은 단순 가격보다 납기 신뢰다. 삼성전자가 HBM 등 차세대 메모리에서 고객 인증과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시점에 리스크가 부각되면, 글로벌 빅테크와 서버 업체들은 멀티소싱 전략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개입 가능성도 변수다.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이 국가 경제와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다만 현재로서는 노사 간 추가 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 중노위 역시 노사가 신청하면 언제든 조정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파업의 핵심은 생산라인이 당장 멈추느냐가 아니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시장은 이제 생산 차질뿐 아니라 성과 배분 구조, 인건비 부담, 고객사 신뢰, 정부 개입 가능성까지 함께 보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파업에 그칠 경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성과급 체계 재편 논의로 이어질 경우 이번 사안은 메모리 공급망의 새로운 비용 변수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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