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보건소는 의도치 않은 마약류 노출 피해를 예방하고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올 4월부터 11월까지 보건소 2층 임상병리실에서 마약류 익명검사를 시행 중이다. 중구청 제공
마약류가 퍼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하는 마약류도 매년 수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나오고 있다. 필로폰, 대마와 같은 불법 마약류는 지속된 단속·규제 강화 등으로 확산세가 다소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신종 약물로의 변모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신질환 치료제, 수면제 등으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의료용 마약류)은 오·남용으로 인한 마약류 노출 증대 우려를 관계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각 지자체 보건소가 폐기 처리하는 마약류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각 보건소의 마약류 보관·처리상 안전성 강화 등도 요구된다.
지난해 2월 24일 대구지역 최초로 ‘마약류 무료 익명검사’를 실시한 대구 남구보건소에서 임상병리사가 소변을 검체로 간이 검사 키트를 활용해 마약 검사를 하는 모습. 대구신문DB
◇대구서도 5년간 수천g 마약류 압수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2025년까지 5년간 압수된 마약류는 수천g에 달한다. 종류별로는 필로폰은 총 6천947g, 대마는 8천536g, 양귀비는 2만4천937주로 집계됐다.
당국의 규제·단속이 강화된 영향에 연도별 증가 추세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다만 2024년 대비 작년 필로폰 압수량은 577g→3천915g, 대마초 압수량은 129g→7천179g으로 폭증했는데 대구경찰청은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마약 조직 적발 사례로 특수하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경찰은 텔레그램 채널 3개를 운영하며 해외에서 필로폰 등을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마약 조직 142명을 적발하고 약 5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의 마약류 30㎏과 범죄수익금 34억원을 압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되는 마약류는 폐기 처분이 가능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소유 또는 유통이 금지된 압수물로서 부패 염려가 있거나 보관하기 어려운 압수물은 소유자 등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아 폐기할 수 있다. 다만 경찰 수사 단계에서 압수된 마약류는 추후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즉각 폐기하지 않고 검찰 송치 시 함께 검찰에 넘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복용 후 버려지는 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불법 유통 경로로 새어나갈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는 변질·손상된 약품이 바로 폐기 처리돼 연간 폐기량 집계가 명확하게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25 마약류 감정백서’에서 “최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늘면서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류와 졸피뎀으로 대표되는 Z-drug류의 처방이 지속되고 있으며 치료 목적으로 위장해 처방받은 후 불법 유통하는 사건이 꾸준히 의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의 치료제이나 그 각성 효과를 노리고 남용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의료용 유통 형태인 정제의 형태(경구용 제제)로 가장 많이 검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 보건소 2곳에 있는 폐기 전 마약류를 임시로 보관해두는 이중금고.
마약 폐기는 구군 보건소 담당
보통 2~3일, 최대 1주일간 보관
일반인들 접근 쉬워 도난 우려
마약 취급자 의무교육 위반 사례도
◇보건소가 불법·의료용 마약류 폐기…도난·변질 우려 방지
대구 각 구·군보건소에 따르면 수사기관이나 약국, 병·의원에서 마약류를 전달하면 폐기 처리한다. 검·경찰은 몰수한 불법 마약류 폐기 의뢰를 접수하고, 약국·의료기관·판매업 등 마약류 취급업소는 주로 도난·분실·변질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향정신성 의약품 등을 보건소에 폐기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각 보건소는 지정 장소에 마약류를 일시 보관했다가 폐기 처리한다. 대구지역 보건소들은 대부분 사무실 내 이중금고나 보관함에 넣어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보건소의 경우 경찰에서 압수한 양귀비 폐기 의뢰가 들어오면 보건소 내 금고에 두면 습기 때문에 변질·소멸될 수 있어 경찰서 내 냉장시설을 갖춘 금고에 보관했다가 처분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약 종류에 따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성서사업소 등지로 보내 소각 처리한다. 또는 물로 희석해 못 쓰도록 만들어 폐기물통에 담아 자체 폐기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류가 많아질수록 보관함 용량 초과로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구지역 보건소들은 폐기 처분 주기가 빨라 이런 문제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오면 보통 2∼3일 안에, 아무리 늦어도 1주일 안에는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며 “그래서 마약류 보관 때문에 금고 용량이 차거나 공간이 모자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상의 우려는 나온다. 잠금장치나 CCTV는 설치돼 있으나 보관함이 위치한 사무실 구조상 민원인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단점이 있어서다.
경북도는 지난달 감사를 통해 마약류 저장시설 관리 부적정 등을 이유로 포항의료원에 시정 조치를 권고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 포항의료원은 마약 보관 금고가 일반인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금고가 설치된 사무실 문이 열려 있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는 마약 보관 금고를 일반인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장소로 이동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마약류 적정 관리 등에 대한 마약류 취급자 의무교육 미흡으로 지적받은 사례도 있다. 대구시는 2024년 5월 감사에서 법정 1년 이내로 정해진 교육 이수 기한을 최대 956일 초과했음에도 경고 처분을 하지 않은 이유로 달서구에 주의를 내렸다.
이에 대해 대구 한 보건소 관계자는 “CCTV와 상주 인원이 있고 민원인이 쉽게 보기 힘들고 직원만 출입할 수 있는 사무실에 마약류 보관 금고를 배치해 놔 도난 위험은 크지 않다”며 “법상 마약류 보관 금고는 잠금장치를 무조건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펜타닐·졸피뎀·로라제팜 등
가정 내 의료용 마약 수거 시행
전국 10개 지역 약국 100곳 참여
시민들 참여율은 여전히 ‘바닥’
◇오·남용 방지…의료용 마약류도 관리 강화
식약처는 오·남용으로 인한 마약류 노출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올 하반기 마약류 안전관리 추진 계획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 관리 체계 강화에 나선다. 먼저 마약류 취급 업자의 목적 외 사용, 마약류 불법 유출 등 위법 행위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업자에게 불법 유출로 얻은 이익을 상회하는 경제적 책임을 부과하려는 목적이다. 또 이러한 중대 위반 행위를 한 취급자의 명단을 공표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할 방침이다.
마약류 취급자의 지도·감독 의무 사항에 의료용 마약류 도난과 불법 유출 사고도 더할 계획이다.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업무 정지 처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강화하도록 마약류 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마약류 오남용 통합감시시스템(K-NASS)도 올해 안에 구축할 계획이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된 데이터와 유관기관 정보를 분석해 마약류 오·남용과 불법 사용·유통을 감시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당국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감시 대상 선별 시간을 4배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해서 환자의 과다·중복 투약을 방지하기 위해 의사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 시 환자의 1년간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확인 권고 대상도 현재의 펜타닐,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등 3종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식약처와 약사 단체는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을 시행 중이다. 집에서 복용 후 남은 마약류 의약품이 오남용되거나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 의약품과 뒤섞여 같이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전국 10개 지역, 약국 100곳(대구 9곳)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반납 대상은 펜타닐, 졸피뎀, 로라제팜 등 의료용 마약류와 참여 약국 약사가 약 봉투에 ‘마약류’ 스티커를 붙여주는 약품 등이다. 다만 개별 약국에 시민이 폐기를 요청하는 빈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의견이 따른다.
경북대병원 인근의 한 사업 참여 약국 약사는 “분리 수거를 부채 등을 배부해 안내하고 있으나 실제 의료용 마약류 폐기를 요청하시는 분은 거의 없다”며 “폐기 대상인 의료용 마약류가 처방될 경우 약 봉투에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서 일반인들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규·김유빈기자
댓글
0